정부는 4일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 민생 경제 안정과 수출 투자 촉진을 통한 경제활력 제고, 경제체질 개선을 3대 중점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미래 기반을 확충해나가겠다고 했다. 팬데믹 이후 위축됐던 경제의 활력을 되찾는 데 정책의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것이다. 대체로 가야 할 방향을 잘 잡은 듯하다.
다소 나아지고는 있지만 우리 경제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진행중이고, 미-중 간 갈등과 기술패권 다툼도 우리로선 큰 불안요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기존의 1.6%보다 0.2%포인트 낮춰 잡은 것만 봐도 상황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추세적으로는 분위기가 괜찮아 보인다. 성장률은 전반기 0.9%에 그쳤지만 하반기 1.8%로 올라서고, 이런 흐름을 타면 내년에는 2% 이상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6%대까지 치솟았던 물가는 2%대로 안정됐고, 월간 무역수지도 지난달 극적으로 흑자 반전했다. 국제유가 인하가 큰 힘이 됐지만 당장 한숨을 돌리게 된 건 다행이다. 정부로선 인플레이션 부담을 어느 정도 덜어낸 만큼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젓겠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수출과 투자 촉진에 대한 정책이다. 첨단 전략산업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을 유도하기 위해 U턴 기업에 대해선 외국인 투자에 해당하는 수준의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벤처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벤처 활성화 3법’의 개정도 추진한다. 가업 승계 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세제 완화도 이번에 포함됐다. 어떻게든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수출은 물론 고용이 확대되고 경제가 활력을 찾는 선순환구조가 형성된다. 그 물꼬를 정부가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업 투자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규제들이다. 이게 실질적으로 제거되지 않으면 아무리 정책 지원을 강화한다 해도 의도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이날 “글로벌 트렌드에 맞지 않는 제도와 규제를 시정해야 한다”며 “단 몇 개라도 킬러 규제를 찾아 신속히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다.
대통령실은 우선 각종 대형 마트 규제법, 중대재해 처벌법, 화학물질등록평가법 등이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는 규제로 보고 있다. 물론 규제혁파는 대통령이나 정부의 의지와 노력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관련 법을 고치려면 정치권의 협력이 필수다.
경제를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회 주도권을 쥔 민주당의 적극적인 동참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