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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고채 인수, 손해 봐도 담합(?)…국민들 이자부담만 더해질 수[홍길용의 화식열전]
기재부 지정 전담 딜러(PD)
발행충격 흡수해 시장 기여
금리 상승에 평가손 눈덩이
공정위 입찰정보 교환 의심
위법여부 판단 소송 불가피
자칫 정부·민간이자 부담만↑
‘전관’ 금융권 영업확장 기회

요즘 증권가가 시끄럽다. 시장 때문이 아니라 이른바 규제 위험 때문이다. 시세조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높은 수수료(이자) 문제 등은 비교적 잘 알려졌다. 하지만 국고채전문딜러(primary dealer)와 관련된 소식은 일반인에게 생소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의 위법을 의심, 조사에 나섰고 혐의 입증을 위해 PD운용역들의 핸드폰까지 가져갔다. 이들이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PD는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발생하는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부가 재무건전성 및 인력과 실적 기준 등을 평가해 지정한다. 2022년말 은행 7곳, 증권사 11곳 등 18개사가 PD 자격을 가지고 있다. 거의가 대형 금융회사다. 이들은 국고채 발행 때 우선입찰 참여권을 갖고 인수·유통금융 등의 지원을 받는 대신 유통시장 호가·시장조성(market making) 등의 의무를 진다.

입찰은 가격경쟁이다. 파는 이에게 가장 유리한 값을 적어내야 살 수 있다. 정부는 싼 이자로 국고채를 발행할 수록 유리하다. 채권금리와 가격은 반대다. 정부는 반기별로 PD를 평가해 1~5위는 경쟁입찰에서 인수한 물량의 20%, 6~10위는 15%를, 11~15위는 10%를 비경쟁인수로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상위평가를 받으면 저리로 공공기금에서 돈을 빌릴 수도 있다.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경쟁입찰에서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더 높은 값을 써내야 한다는 뜻이다. 5월 국고채 입찰에서 3년물은 3.205%에 1조7340억 원이 낙찰됐다. 당시 국고 3년 시장금리는 3.247% 안팎이었다. 30년 입찰도 3.39%로 낙찰됐다. 이 때 시장금리는 3.40~3.41% 수준이었다. PD 입장에서는 매입과 동시에 평가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공정위는 PD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입찰정보를 사전에 교환했다고 의심한다. 공정거래법 40조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부당공동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입찰 또는 경매의 경쟁 요소가 되는 사항을 합의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담합으로 더 잘 알려진 부당공동행위에 대한 처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이다.

권리로 얻는 이익이 의무로 인한 비용 보다 적지 않아야 자격을 유지할 이유가 된다. 우선입찰로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결국 시장가 보다 비싼 값에 조달해야 한다면 굳이 PD 자격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다. 법 위반으로 처벌까지 받게 되면 각종 사업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PD 자격을 반납하는 증권사가 나오기는 쉽지 않겠지만 입찰경쟁이 낮아질 가능성은 존재한다.

국고채는 증권사들의 주요한 자기자본 운용방법이다. 이렇게 확보한 국고채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는 증권사의 주요한 단기 유동성 조달 수단이다. 증권사들은 발행된 국고채를 고객에 수수료를 떼고 다시 팔기도(sell-down) 한다. 자기자본 손실을 감수하기 보다는 고객에 팔 물량 정도만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

국고채 응찰률은 2012년 464.9%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다. 지난 해에는 274.9%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세수 부족이 예상되고 내년에는 만기도래 규모가 923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당분간 대규모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 경쟁이 줄면 발행금리가 높아진다. 정부의 이자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시장금리를 자극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부담을 더 무겁게 할 수도 있다.

부당공동행위를 법으로 막는 이유는 경쟁 제한과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 때문이다. 공동행위에도 시장 가격보다 비싸게 인수를 했다면 그 자체로만 얻는 이익은 없다고 볼 수 있다. PD들이 인수와 함께 평가손실을 입는다면 이를 고객에게 팔 때 손실을 전가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과연 PD들이 법 위반에 해당할 정도로 잘못을 했는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필요하다.

과연 이번 공정위 조사로 가장 확실하고 큰 이익을 얻는 쪽은 누굴까? 공정위는 이미 은행들의 양도성예금(CD) 금리 담합 입증에 실패했다. 정부가 관련 소송에서 지면서 은행들을 변호한 로펌들만 돈을 벌었다. 이번에도 공정위가 행정조치를 취한다면 PD들도 이에 맞서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전관의 금융권 영업 범위가 더 넓어질 듯하다.

1999년 PD 제도 도입 이래 정부는 낙찰기관의 손해, 즉 ‘승자의 불행(winner's curse)’을 제한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해왔다. 2000년 복수금리결정방식에서 단일금리결정방식으로 바꾸었다가 2009년에는 복수와 단일을 혼합한 차등가격낙찰방식을 도입한다. 최고 낙찰금리 이하 응찰금리를 일정간격으로 그룹화 해서 그룹별로 최고 낙찰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차등방식은 최고 입찰금리를 일괄적용하는 단일방식 보다 낙찰금리가 다양해진다. 2009년 차등방식 도입 후 100%를 간신히 넘던 응찰률이 크게 상승한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고채 발행이 급증하자 2021년 3월 다시 단일방식으로 전환한다. 발행금리를 높여 PD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다. 담합 위험을 줄이려면 다시 차등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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