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전국 모든 초 3, 중 1 학생들을 ‘책임교육학년’으로 지정해 학력진단시험을 치르고, 고등학생들이 수업을 골라들을 수 있는 ‘고교학점제’를 2025학년도부터 전면 시행하는 공교육경쟁력강화안을 21일 내놨다. 코로나 19 이후 더 커진 학력저하를 막고 학생 개개인의 적성에 맞게 맞춤교육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수업시간에 자거나 학원 문제를 푸는 일이 일상이 돼 버린, 무너진 교실이 바뀔지는 의문이다.
우선 내년 1학기부터 모든 초 3, 중 1은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치러야 한다. 기존에는 초 6에 한해 원하는 학교나 학급만 자율적으로 시험을 치렀는데 특별교부금 인센티브와 불이익으로 이를 강제했다. 현재 중 2가 고 1이 되는 2025학년도부터는 대학처럼 수강과목을 골라듣는 고교학점제도 전면 도입, 교실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 다만 고 1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공통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해 교육계가 어수선하다.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리려면 고 1 공통과목도 절대평가(성취평가제)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컸지만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고교과정에서 학생의 역량을 객관적인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성적이 되다 보니 중학교 때부터 선행학습을 위해 사교육으로 더 몰릴 수 있다. 고 2, 고 3 교실은 더 걱정이다. 성취평가제인 선택과목이 대입시에서 변별력이 크지 않아 교실이 수능 공부를 위한 자습장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공교육강화안은 국가교육의 큰 그림을 그려내야 하는 작업에서 보면 미흡하다. 공교육이 대입시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현실에서 수능과 대학입시 정책이 함께 고려되지 않은 점도 혼란요인이다. 자칫하다간 학생 개개인 맞춤수업으로 대입시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내신과 수능은 물론 대학별 논술·면접 등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재연될 수 있다.
정권 때마다 목소리를 높인 공교육 정상화는 한두 정책의 변화로 바뀔 사안이 아니다. 사회변화에 맞춰 학생들의 역량을 끌어낼 각 대학의 입시 정책과 공정성을 담보한 수능 두 축이 제대로 기능해야 가능하다. 이왕 내놓은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리려면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집중해서 듣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학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관리해야 하고, 대학은 이를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과거 자유학기제의 실패를 돌아보기 바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여야 정치인들도 나라의 경쟁력이 자꾸 떨어지는 상황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에 손발을 맞춰야 한다. ‘킬러문항’으로 싸울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