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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자연의 현장에서] 공공분양이라더니...‘금수저 청약’ 유감

“매월 10만원, 20년 정도 청약을 부었는데 수방사에 처음 넣습니다. 청약 이렇게 하는 것 맞나요?”(40대 A씨)

‘수억대 안전마진’으로 입소문을 탄 서울 동작구 옛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 부지 사전청약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청약 관련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온라인세상뿐 아니다. ‘한강뷰 내 집’을 마련할 기회가 있다는 소식에 이번주 사람을 만날 때마다 단골 얘깃거리로 등장한다. 한 마디로 수방사 청약은 무주택자라면 지나치기 어려운 화제다.

다만 조건을 맞추기 쉽지 않다. 소득요건에 비해 분양가는 8억7225만원으로, 전용면적(59㎡) 대비 고가다. 주변 아파트 시세를 고려하면 5억원가량 낮다지만 9억원 가까이 되는 분양가는 대다수 직장인에게 부담 되는 금액이다. 소득과 자산을 고려하면 더욱 까다롭다. 공공분양인 뉴홈 일반형 신혼부부와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경우 가구당 월평균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의 130%(신혼부부는 맞벌이 140%) 이하여야 한다. 전년도(2022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30%는 3인 가구 기준 846만2288원, 4인 가구 기준 990만8673원이다. 대출 한도가 신혼부부 최대 4억원·생애최초는 최대 2억원이다. 4억원가량 현금을 보유해야 당첨이 되더라도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다. 자산은 공급 유형과 관계없이 보유 부동산의 공시가격 합이 2억1550만원 이하, 자동차는 3683만원 이하여야 한다. 게다가 미혼은 부양 자녀(입양 및 태아 포함)가 없다면 생애최초여도 특별공급에 지원이 불가능하다.

일반공급으로 눈을 돌려도 기준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일반공급에서 우선공급은 청약통장 저축 총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되는데 매월 10만원까지만 인정된다. 입지 등을 고려하면 역대급 청약통장 ‘당첨컷’이 예상된다. 지난해 진행된 4차 공공분양 사전청약에서 고양창릉 전용 84㎡가 2470만원의 당첨선을 기록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3000만원을 넘길 수 있다는 일각의 전망도 허황된 소리는 아니다. 20년 가까이 청약을 부은 A씨도 당첨이 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모든 조건에 맞지 않다면 마지막 기회는 일명 ‘로또’로 불리는 추첨제에 기대를 걸 어야 한다. 15가구에 불과하지만 청약통장 불입기간이 짧아도 당첨될 수 있다. 이번 일반청약을 신청한 30대 미혼 B씨는 “특별공급은 결혼을 못해 넣지 못하고 우선공급도 가망이 없어 추첨을 바라보고 있다”면서 “로또보다는 가능성이 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동작구 수방사 공공분양주택은 노량진동 일대에 556가구가 공급된다. 이중 군관사와 행복주택 물량을 제외한 255가구가 사전청약으로 배정된 상태다. 이번 사전청약 요건 전반을 고려하면 공공분양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여나 상속 등이 아닌 이상 낮은 소득에 현금이 많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회’라는 이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했지만 ‘금수저 청약’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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