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제안보 관점에서 첨단 반도체를 중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국가들과 협력하는 ‘더 포괄적인’ 접근 방식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중(反中) 경제정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미-중 갈등은 중국의 친러시아적 언행,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하에 고조된 대만 침공 위험 등을 반영한다. 지난해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급격히 고조됐다. 그 결과로 미국에선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과도한 대만 의존도와,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네트워크에서 파생되는 ‘집중 리스크(concentration risk)’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중국이 AI(인공지능) 무기 개발 및 산업경쟁력 제고를 통해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긴박감이 증폭됐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군사·경제적 우위를 막을 수 있는 조임목(choke point)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는 것’이라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게 됐고 지난해 하반기 두 가지 중요한 정책을 채택했다.
첫 번째는 지난해 8월 시행된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반도체 칩과 과학법)’이고, 두 번째 정책은 미 상무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반도체 관련 수출관리 규정(EAR·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의 전면적 강화다.
중국의 기술력은 미국에 비해 어떤 수준일까. 중국은 여러 기술 응용 분야에선 미국에 뒤처지지만 기초연구 부문은 미국을 앞선다. 가까운 미래에 경쟁력이 커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올해 3월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학술논문에 인용된 횟수를 기반으로 44개 주요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국가별 영향력을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는데 이 연구에서 중국은 37개 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중 나노급 소재, 5G·6G 통신기술, 발전용 수소 및 암모니아와 배터리 등 8개의 분야에서는 중국이 독점적 지위를 갖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AI 알고리즘과 드론을 포함한 26개 분야에서는 중간 수준의 중국 독점 리스크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미국은 나머지 7개 분야에서만 1위를 차지했다. 또 중국은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에 발표되는 과학 논문 수에서 세계 1등이고, 자연과학 연구·개발(R&D)인력 규모도 세계 최고로, 570만명이 넘는다. 그런데 이 중 상당수가 미국에서 유학하거나 연구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 미국에선 기술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놀라운 기술발전은 2015년 발표된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e 2025)’계획에 따른 시 주석의 적극적인 산업정책 덕분이기도 하다. 이 계획의 목표는 차세대 정보기술, 첨단 반도체, 신에너지 자동차를 포함한 10가지 주요 분야의 산업 수준을 세계 제조강국에 견줄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중국의 공공 및 민간 R&D 지출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5% 수준으로 유럽과 비슷하고,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작다. 그러나 특정 산업군의 중국 기업들은 저비용 우대금리, 유리한 토지 매입가 및 지방정부의 기타 지원을 받고 있고, 실험이나 시범 단계에서 대규모 내수시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중국은 전기설비, 5G·6G, 자율주행, 재생에너지, 전기차, 로봇, 핀테크, 바이오테크, 군사장비 등 많은 분야에서 기술적 역량을 급속히 키워왔다.
이러한 발전에도 중국은 이 모든 분야에 필수적인 최첨단 반도체산업에선 아직 미국을 따라잡지 못했다. 반도체 생산을 위한 공급망이 설계 소프트웨어부터 원자재, 반도체 제조장비, 반도체 생산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긴 프로세스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프로세스마다 고도의 기술집약도와 설비투자가 요구돼 오직 소수의 기업만이 비교 우위를 유지하는 과점적 시장구조가 생기게 됐다. 예를 들자면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는 미국 기업이 독점하고 있고,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 면에서는 미국·네덜란드·일본 기업이 우월하다. 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은 대만 기업이 독점하고 있고, 첨단 메모리칩 생산은 한국 기업이 최고다.
즉 미국과 일본·대만·한국·네덜란드 등이 주축이 돼 잘 조율한다면 중국이 첨단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있고, 이렇게 함으로써 첨단 반도체를 통한 중국의 기술적 발전을 상당 기간 늦출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늘고 있지만 주로 자동차·가전·산업장비 등에 많이 사용되는 반도체에 집중돼 있고 이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미국 주도 협업 체제에 속하는 기업들은 미국의 반중 정책으로 인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전기설비 및 산업 자재 생산·판매 기반을 보유하고 있고, 그에 따라 세계 최대의 반도체시장을 가지고 있다. 미국 주도 체제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은 이미 지난해부터 감소세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두 정책이 시행되면 중국 기업 대상 매출은 더 줄어들 것이다. 중국은 지난 5월, 작년 매출의 약 11%가 중국에서 발생한 로직 칩 제조사 마이크론을 중국 내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배제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몇 가지 대응책으로 미국의 정책에 응수했다. 이는 물론 미국계 기업인 마이크론에 큰 타격이 되겠지만 만약 미국이 이 회사 사이에 공정한 처우를 요구한다면 마이크론의 경쟁사인 한국의 칩 제조사들에도 유사한 악영향이 될 수 있다. 아직 한국 및 일본에 대한 중국의 보복적 조치는 제한적이지만 중국이 반도체 이외의 분야에서 보복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미-중 대결이 한국과 일본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 경쟁사들이 한동안 억제됨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우위를 더 오래 누릴 수 있고, 미국·일본·유럽으로부터 외국인 직접 투자가 증가함으로써 국내 산업클러스터 확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와 유사한 관점이 일본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한때 세계 1위였던 일본의 반도체산업은 1980대 말 시장 점유율이 약 50%였지만 그 이후 두 차례의 미·일 반도체협정(1986~1991년, 1991~1996년)이 소위 반덤핑 조치로서 최저 가격 도입을 강요하며, 한국과 대만 기업에 대한 가격적 비교 우위를 잃었다. 일본은 현재 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을 모두 상실해 반도체시장 점유율이 10% 안팎으로 떨어졌다.
비록 범용 반도체이지만 일본 정부는 TSMC를 유치해 소니 자회사와 공동으로 일본 규슈에 반도체공장을 짓는 데에 성공했다. TSMC를 유치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투자에 필요한 보조금의 절반을 제공했다. 또 정부 주도로 도요타 등 일본의 주요 기업 8곳이 출자해 라피더스(RAPIDUS)라는 신생 회사를 설립해 IBM과 기술 협력으로 홋카이도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려 한다. 아울러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리더십하에 올해 3월부터 개선되고 있는 한일 관계가 일본 정부의 보조금과 더불어 일본 내 한국, 대만 및 미국 기업들과 반도체 분야 협력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아직은 최근의 전개가 앞으로 어떻게 글로벌 반도체산업 구조를 바꿔놓을지 명확하지 않다.
첫째,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해 추가적인 수출 및 공급 규제를 가할 용의가 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범용 반도체가 규제 대상이 되면 미국 주도 체제에 속한 기업들만 악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생산비용을 상당히 끌어올리고 2021년부터 존재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증폭시킬 수 있다.
둘째, 규제 누수가 발생해 중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에 접근할 수 있게 되지는 않을지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경우라도 미국 주도 체제에 속한 반도체 및 관련 기업들은 미-중 대립 심화로 인해 급변하는 위험과 기회를 신중하게 고려하고, 수익과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유연하고 신속한 경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즉, 관련 기업들은 경영진이 강화된 정보 수집을 통해 전 세계 지정학적 위험과 추세에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기업 지배구조를 개혁하고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믿을 만한 국가 및 기업과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
Growing US-China Semiconductor Tensions: Risks and Opportunities for South Korea and Japan
By Sayuri ShiraiProfessor at the Faculty of Policy Management, Keio University
US President Joe Biden is strengthening the footsteps of former President Donald Trump's anti-China economic policy with a more comprehensive approach covering economic security perspectives with regards to cutting-edge semiconductors at the center and involving other trustworthy economies.
The conflicts between China and the US have intensified drastically since the Ukraine war in February 2022 reflecting China’s pro-Russian rhetoric and actions, China’s growing military presence in the Indo-Pacific region, and heightened Taiwan invasion risk under the Xi Jinping’s prolonged leadership.
As a result, concerns over concentration risk arising from excessive reliance on the production of advanced semiconductor chips in Taiwan as well as on China-centered global supply chain networks in processed precious metals have been growing in the United States.
The heightened mistrust against China has amplified a sense of urgency in preventing China from enhancing its military power through developing AI weapons and strengthening its industrial competitiveness.
Given that these developments depend crucially on advanced semiconductors and associated machineries in which the United States maintains superior comparative advantages over China, the US government made a carefully calculated political decision that the choke points to prevent China’s military and economic dominance are to reduce China’s access to U.S. advanced semiconductor technology. Subsequently, the following two major policies were adopted in the second half of last year.
One policy is the enforcement of the Chips and Science Act in August 2022 aiming at reestablishing global supply chain networks related to the semiconductor sector away from China and simultaneously advancing manufacturing capacity and employment conditions within the US. To do so, the US government prepared $52.7 billion in tax credit for strengthening semiconductor production equipment and R&D over the next decade. Foreign companies originated from Japan, South Korea, Taiwan, and Europe are also eligible for the subsidies used for building or expanding semiconductor production factories or R&D facilities within the US. In return, however, those companies will be restricted from expanding advanced semiconductor production capacity within China for the next decade.
The other policy is a comprehensive tightening of the 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 (EAR) related to semiconductor products by the US Department of Commerce in October last year. Not only semiconductor products that require US technology in the areas of supercomputers and advanced computing but also semiconductor manufacturing equipment and design software produced in the US are now subject to the EAR.
Even for semiconductors developed several generations ago, exports will be banned as long as they can be used for militarily purposes. Two further novel aspects are (a) restricting US nationals from participating in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 facilities within China and (b) applying the similar export and supply restrictions to companies originated from Europe, South Korea, Taiwan, and Japan.
Accordingly, Japan and the Netherlands will ban the export of the most advanced semiconductor manufacturing equipment this year while South Korean companies will withdraw or stop production of most advanced semiconductors in China by October. How serious Is China's technological prowess to the US? While China lags behind the US in many technological application areas, its basic research level is outpacing the US and thus has the potential to increase competitiveness in the near future.
According to the study released by the 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 (ASPI) in March this year that analyzed 44 important scientific and technological fields by taking into account the impact based on citation frequency of academic papers, China came out on top in the 37 fields.
Among them, China has a high chance of taking monopoly position in the 8 fields, including nanoscale materials, 5G/6G communication technology, hydrogen and ammonia used for power generation, and batteries. In other 26 fields such as AI algorithms and drones, China's monopoly risk was evaluated to be the medium level. In contrast, the US ranked first only in the remaining 7 fields. In addition, China is becoming the world leader in terms of the number of scientific papers published by the International Semiconductor Society (ISSC).
Furthermore, the number of Chinese natural science and development researchers has become the world's largest, exceeding 5.7 million people. Many of them have studied and conducted research in the United States, raising concerns over technology outflow from the US. At the same time, China’s impressive technology advancement is attributable to President Xi Jinping's active industrial policy under the “Made in China 2025” plan announced in 2015. The plan is to promote industrial upgrading in the 10 priority areas including next-generation information technology, advanced semiconductor, and new energy vehicles, to the levels comparable a leading group of manufacturing powers in the world.
China's public and private R&D expenses, which account for around 2.5% of nominal gross domestic product (GDP), is comparable to Europe, but is smaller than the US and Japan. However, Chinese companies in targeted industries receive various support including preferential low-cost financing, land purchases at favorable prices and other support from local governments, and active use of the large domestic market in the experimentation or pilot stages.
In this way, China has been rapidly improving its technological capabilities in many fields, including electrical equipment, 5G/6G, autonomous driving, renewable energy, electric vehicles, robots, fintech, biotech, and military equipment. Notwithstanding these advancements, China has not yet surpassed the US in the cutting-edge semiconductor industry that is essential for all these fields. This is because the supply chain for semiconductor production involves a complex and lengthy process—from design software, raw materials, semiconductor manufacturing equipment to semiconductor production. Moreover, high degree of technical intensity and capital spending required at each of the process have given rise to the oligopolistic market structure where only a few companies maintain comparative advantage.
For example, US companies dominates in semiconductor design software; companies in the US, the Netherlands, and Japan are superior in producing semiconductor manufacturing equipment; Taiwanese companies dominates in the production of advanced logic semiconductors; and South Korean companies are at the top in the production of advanced memory chips. In other words, the effective coordination led by the US with Japan, Taiwan, South Korea, and the Netherlands could effectively limit China’s access to advanced technology and thus slow down China's technological development using cutting-edge semiconductors for a fairly long period of time.
China's semiconductor production capacity is strengthening but mainly in the areas of mature semiconductors that are heavily used for automobiles, home appliances, and industrial equipment—not beyond this level. At the same time, companies belonging to the US-led regime has to pay cost arising from US’s anti-China policy. China has the world's largest production and sales base for electrical equipment and industrial materials, and thus has the largest market for semiconductors in the world.
Exports of semiconductors from the US-led regime to China have already been declining from last year. The implementation of the aforementioned two US policies will lead to a further reduction in their sales to Chinese companies. China retreated to the US policy with some countermeasures including the prohibition of logic chip maker Micron, which generated about 11% of its revenues from China last year, from China’s critical-infrastructure projects in May this year.
This will be a big blow to the US company, but also may generate similar adverse impact to its rival Korean chip makers if the US attempts to have a fair treatment among these companies. While China's retaliation measures against South Korea and Japan are limited so far, there are concerns that China may retaliate in fields other than semiconductors such as refined precious metal supply. Meanwhile, it is important to acknowledge that the US-China confrontation is generating new business opportunities for South Korea and Japan.
South Korean companies are able to maintain their advantage longer as the emergence of competing Chinese companies will be deterred for some time and South Korea can enjoy an increase in inward foreign direct investment from companies from the US, Japan, and Europe and expand its industrial clusters domestically.
A similar view is shared in Japan, where its semiconductor industry once dominated the world with the market share of around 50% in late 1980s, but since lost comparative price advantages against Korean and Taiwanese companies partly due to the two round of Japan-US semiconductor agreements (from 1986 to 1991 and 1991-1996) that forced Japan to introduce a minimum price against so-called anti-dumping measures.
Japan’s semiconductor market share has dropped to around 10% currently by losing the entire advanced semiconductor production capability. Despite a general-purpose semiconductor, Japan’s government managed to attract Taiwan’s TSMC which is constructing a factory jointly with Sony's subsidiary to produce semiconductors in Kyushu, Japan.
To attract TSMC, the Japanese government offered half of the subsidies needed for the investment. Furthermore, a new company called RAPIDUS was founded by the eight Japanese companies including Toyota under the government initiative, which aims at producing advanced semiconductors Hokkaido, Japan with the technical cooperation provided by IBM. The improved Japan-Korea diplomatic relationship since March this year thanks to the South Korean President Yoon Suk Yeol’s leadership, together with Japanese government subsidies, is already promoting greater interest and collaboration in the semiconductor sector from Korean, Taiwanese, and US companies in Japan.
It Is not yet clear how these recent developments will transform the global semiconductor industrial structure in the future. First, it is essential to see if the US is willing to impose further export and supply regulations against Chinese companies. If general-purpose semiconductors become subject to the regulations, it may not only adversely affect companies in the US-led regime but also significantly raise the production cost and further amplify inflationary pressures emerging since 2021.
Second, it is also important to examine whether any regulatory leakage will emerge, thereby enabling China’s access to advanced semiconductor technology. In any case, semiconductor and related companies belonging to the US led regime need to carefully consider the rapidly changing risks and opportunities that arise from the growing US-China confrontation and need to have flexible, prompt managerial decisions in order to strengthening their earning and technological capabilities.
This means that these companies must reform a corporate governance structure that enables the managerial board to be more attentive to global geopolitical risks and trends through greater efforts to collect information and increase liaison with reliable countries and companies to find new marke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