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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진정한 춘풍추상(春風秋霜)의 모습을 보고 싶다

뮤지컬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 지킬박사는 전형적인 엘리트였다. 하지만 내면 속 악의 욕망을 분출시킬 대리인 ‘하이드’에 점차 잠식당한다. 처음에 지킬박사는 두 자아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존재였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존재가 위선에 빠져 본 모습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반면 영화 ‘주토피아’의 주인공 주디 홉스는 포식동물들과 여우에 편견이 있는 초식동물 토끼다. 직업인 경찰관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여우를 돕기도 하지만 이면에는 여우 퇴치스프레이를 가지고 다녔다. 이후 이중적인 모습을 지적받고 나서 성찰을 통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게 결말이다.

실제 세상으로 눈을 돌려보면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그간 행보도 연일 화제에 올랐다. 선거기간에 직원들의 휴직과 그 자리에 아빠 찬스를 이용한 특혜 채용 등은 국민의 귀를 의심하게 했고,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주관하는 기관이 공정과 평등의 가치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사실에 국민은 큰 충격을 받았다.

또한 안타깝게도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취약분야에서 지금까지 많은 헌신을 했던 시민단체들도 정의와 선의라는 미명하에 각종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고 결국에는 국고보조금 횡령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던 건설산업 현장에서도 근로자 보호를 위해 탄생한 건설노조가 ‘고발 안 할 테니 돈 달라’는 건폭(建暴)으로 변질돼 전국적으로 활개를 치며, 상조비를 도박자금으로 쓴 노조 간부가 검찰 수사를 받는 실정이다.

이처럼 항상 공정하고 정의로울 것만 같았던 곳에서 위선적 행태가 지속된다면 그간 어렵게 쌓아 왔던 사회적 가치와 질서는 점차 훼손될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약간의 처벌을 받더라도 위선적 행동으로 인한 이익이 더 크다는 착각하에 법령과 도덕적 기준까지 무너지는 아노미(Anomie) 단계에 이른 듯하다.

그렇다면 현 난맥상을 타파하고 건강한 사회로 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으로 정부든, 시민단체든 그간 본인들의 원래 취지와 목적에 맞게 조직이 잘 운영돼왔는지, 변화된 사회적 기준에 잘 부합하는지 등을 냉정하게 성찰하고, 이와 동시에 외부의 도움으로 스스로에게 관대했던 썩은 부분들은 과감하게 도려내야 할 것이다.

이와 병행해 궁극적으로는 존재의 이유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간 쌓아 왔던 명성과 사회적 지위가 위선적 행동으로 인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인식 변화와 함께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인사들은 도덕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체화를 노력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구성원 모두가 진정한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자세로 재탄생해 세계적으로까지 풍자되고 있는 ‘내로남불’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오로지 위민(爲民)의 자세로 국민의 신뢰, 더 나아가 국제무대에서의 신뢰를 회복해 대한민국이 진정 업그레이드되기를 기대해본다.

김형렬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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