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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국가방위에 대한 혼(魂)과 열정

“전역을 36일이나 연기?” 뉴스를 검색하던 나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군 생활 동안 축적한 전투기술과 노하우를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서 후임들에게 전수하고 전우들과 마지막까지 훈련을 함께하고 싶다”며 전역을 한 달 이상 연기했다는 김용호 병장의 기사를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문득 2015년 8월의 감동도 다시 떠올랐다. 당시 북한이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에 이어 경기도 연천지역 포격 도발을 자행하자 전후방 각지에서 복무 중인 수많은 장병이 자진해 전역을 연기했다. 예비군들은 SNS에 전투복 사진을 인증하며 “대기하고 있습니다. 불러만 주십시오”라면서 애국심을 불태웠다. 최근 우리 젊은이들의 안보의식이 많이 약해졌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국가방위를 위한 우리의 혼(魂)과 열정이 여전히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우리 군은 건군 75주년과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미군과 함께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국군은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첨단 과학기술강군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해왔으나 최근 몇 년 국민이 직접 확인할 기회가 없었기에 이번 훈련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1500명의 국민참관단을 모집하는데 6300여명이 신청해 4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는 사실은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번 훈련에 관심이 있는지 보여준다. 10여년 전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에 참가했던 용사가 이제는 아버지가 돼 아들에게 훈련을 보여주고자 신청했고, 6·25전쟁 참전용사는 아흔을 넘긴 나이에도 참관을 희망하는 등 관심이 매우 뜨거웠다고 한다.

훈련은 연합·합동작전 수행능력 향상을 뛰어넘어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북한에는 한미 동맹의 강력한 응징과 대응능력을 보여주고 대비태세를 유지함으로써 함부로 도발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할 수 있다. 국민에게는 과학기술 기반의 첨단 전력과 작전수행능력을 구비한 과학기술 강군의 모습을 보여줘 군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나아가 국제적으로는 한미 동맹의 강한 결속력과 우리 무기 체계의 실전적 우수성을 보여줘 대외적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

북한은 이번 훈련에 대해 ‘반공화국 전쟁연습의 연속판이고 확대판’이라고 비방하며 “핵 보유국을 상대로 한 격멸훈련이라는 것은 무슨 낮도깨비 같은 소리냐”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노골적으로 경계심을 표출하는 것만 보더라도 이번 훈련의 효과가 톡톡히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북한이 반발하면서 도발 수위를 높일수록 한미의 연합·합동훈련 필요성은 더욱 요구된다. 북한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니라 ‘압도적인 힘에 의한 평화’로 튼튼한 국방을 구축해 미래 세대가 안심하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군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앞서 총 다섯 번의 훈련 중 첫 번째 훈련이 국민에게 공개된 이후 국민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 강한 군대를 열망하는 국민적 바람의 표출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가방위에 대한 국민의 애국심과 열정이 여전히 뜨겁다는 것을 느끼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훈련이 튼튼한 국방을 위해 흔들림 없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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