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의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정책에 편승해 부당이득을 챙긴 비리가 수백건에 이르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확인됐다. 관련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청탁을 들어준 업체의 대표가 됐고, 에너지 이용효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추진한 ‘스마트계량기’사업을 독점한 사업자는 서류를 조작해 보조금 500억원을 챙겼다. 국민이 낸 전기요금에서 나오는 혈세나 다름없는 보조금이 줄줄 새는 사이, 한전이 진 수십조에 달하는 빚을 국민이 다시 떠안는 이중·삼중의 국민 피해가 벌어진 것이다.
이번 감사결과를 보면 비리 종합세트나 다름없다. 한 민간업체는 안면도에 국내 최대 300㎿(메가와트) 규모 태양광발전시설을 조성하는 사업 과정에 부지 일부가 목장용지로 지정돼 허가를 받기 어렵게 되자 산업통상자원부 과장에게 청탁해 태양광 설치 가능 유권해석을 받아냈다. 청탁을 받은 공무원은 나중에 이 회사 대표가 됐다. 군산시장은 새만금에 99㎿ 규모의 태양광시설 설치사업권을 고교 동문(건설업자)에게 특혜 배정했다. 허위 서류로 풍력발전사업권을 따내 600여배 차익을 노리고 중국 업체에 매각하려다 덜미가 잡힌 교수도 있다. 전수조사에 나설 경우 비리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조차 안 된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낯뜨거울 정도다. 태양광·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공공기관 소속 임직원 250여명이 내부 규정을 어기고 개인적으로 태양광발전사업을 벌여 적발됐다. 이 기관 임직원은 이해충돌 때문에 태양광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런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 또는 차명으로 태양광사업을 벌였다. 문재인 정부는 개인이 소규모로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면 여기에서 나오는 전력을 한전이 비싼 값에 사들이는 식으로 사실상의 보조금을 줬는데 이를 통해 수익을 챙긴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하기도 했다.
지난 5년간 태양광발전을 위한 전력산업기반기금에 12조원이 투입되는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됐으나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부작용만 가득이다. 신재생사업은 국가 자원과 기후 변화, 미래 세대 영향을 고려해 충분한 검토와 함께 치밀하게 진행돼야 함에도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 탈원전에 치중하다 보니 사업적정성이나 부작용을 엄밀하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이번 감사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비리를 온전히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한다. 차제에 탄소중립 시대 로드맵에 맞춰 신재생에너지 전략을 제대로 손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