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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AI 시대, 결국 사람이 만든다

몇 년 전부터 신성장 산업의 대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고, 정부와 민간에서도 이분야에 많은 투자를 했다. 많은 대학에서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의 학과들이 생겨났다.

최근엔 챗GPT가 나오면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챗GPT 등은 오픈AI가 개발한 프로토타입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이다. 챗GPT는 대형 언어 모델은 최근 GPT-4를 기반으로, 지도학습과 강화학습을 사용했으며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챗GPT에 대응할만한 AI는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우리의 연구 출발이 늦었고, AI에 필요한 빅데이터를 축적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I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긴 데 반해 우리의 출발은 매우 늦었다. 인공지능 이론서를 몇 년 전에 우리나라 경제학자가 냈다고 하면 사람들이 놀라기도 한다. AI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 다섯 가지가 이론, 빅데이터, 프로그램, 컴퓨터 성능, 그리고 그것들을 다루는 사람이다. 이 중에서 우리는 빅데이터와 프로그램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늦었지만 우리도 투자를 시작했다. 대학에 데이터 라벨링이라고 하는 AI 학습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원천데이터에 값을 붙이는 작업인 AI 눈깔 붙이기는 기초적인 실력을 쌓는 것이 아니다. 그냥 저가의 일자리를 제공할 뿐이다. 이 부분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AI 관련 연구·개발(R&D)을 보면 내용이 그렇다.

인공지능은 1940년대 후반과 1950년대 초반, 수학, 철학, 공학, 경제학 등 다양한 영역의 과학자들에게서 인공적인 두뇌의 가능성이 논의됐다. 1956년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본격화됐다. 머신러닝은 1950년대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으로 시작했고, 신경망 시대를 거쳐 통계학적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시대를 지나서 지금의 딥러닝 시대까지 왔다고 할 수 있다.

앨런 튜링(Alan Turing)은 1950년 인공지능을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Turing test)를 제안했다. 텔레프린터를 통한 대화에서 기계가 사람인지 또는 기계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간다면 기계가 ‘생각’하고 있다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튜링은 지능이나 인공지능의 기준선을 정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 인간이 보기에 인간 같은 것에 대해 인간에 준하는 지능이 있다고 간주했다. 따라서 튜링은 마음과 지능, 인간다움의 본질에 대한 논의보다는 일단 이 시험을 통과하는 것은 확실히 ‘지적이다’라고 합의하고, 이 시험을 통과하는 기계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의 여부로 논의의 방향을 돌렸다. 예를 들어 질문자 한 명과 응답자 두 명이 준비하고, 응답자 중 하나는 컴퓨터이고 나머지는 인간이라고 하자. 여기서 응답자 중 어느 쪽이 컴퓨터인지는 모른다. 응답은 키보드로만 이뤄지고, 이 테스트에서 질문자가 어느 쪽이 컴퓨터인지 판별할 수 없다면 컴퓨터는 테스트를 통과한다. 즉 컴퓨터가 인간처럼 대화를 할 수 있다면 그 컴퓨터는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다고 본다.

요즘 레포트를 챗GPT로 내면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아직 GPT-4 수준에서 구분 가능하다. 몇 줄만 내용을 읽으면 ‘생각’하기에도 많이 어색하고, 학자가 보기에도 표나 그림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AI는 진화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구분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이미 초등학교부터 챗GPT를 활용해 과제를 내는 것이 금지된 곳이 많다. AI는 좋은 기술이지만 도덕적이지도 인간적이지도 않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기술과 같이 좋은 기술이 여러 산업에 쓰이는 것은 좋은 현상이나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정치적인 판단이나 도덕적인 판단 등은 하지 말아야 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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