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거래로 올린 수입을 뜻하는 경상수지가 지난 3월 간신히 흑자 전환했으나 한 달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한은이 9일 발표한 4월 경상수지(잠정치)는 7억9000만달러(약 1조원) 적자로 집계됐다. 앞서 11년 만의 2개월 연속 적자 이후 3월(1억6000만달러) 힘겹게 흑자를 기록했지만 기조를 이어가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 들어 4월까지 경상수지는 53억7000만달러 적자로, 작년 같은 기간(150억1000만달러 흑자)과 비교해 1년 사이 203억8000만달러나 줄었다. 4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적자가 5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상반기 적자 규모가 10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될까 우려된다.
경상수지 적자 전환은 외국인에 대한 배당 지급과 해외여행 등이 증가한데 기인한다. 통상 4월은 외국인에 대한 배당 지급이 늘어나는 시기인데, 배당소득 수지가 한 달 사이 31억5000만달러 흑자에서 5억5000만달러 적자로 37억달러 급감했다. 코로나19 관련 방역이 완화되면서 여행수지(-5억달러)도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수출과 수입의 차이인 상품수지가 5억8000만달러 흑자였다.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에 첫 흑자다. 그러나 수출 감소 보다 수입이 더 크게 하락한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마냥 반길 일이 아니다.
경상수지는 대외건전성 지표이자 수출한국의 경제체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우리나라는 여행수지를 포함한 서비스수지에선 만성 적자였지만 상품수지 흑자 덕분에 경상흑자 기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반도체 불황 사이클과 중국 시장 지배력 감소로 수출이 기력을 잃고 있고 경상수지 흑자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경상수지는 11년 만의 최저치인 298억 달러로 쪼그라들었고, 올해 1분기엔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자 대내외 경제기관들이 줄줄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잡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망치를 이전보다 0.1%포인트 낮은 1.5%로 제시했다. 세계 경제는 회복기류를 탔다며 2.6%에서 2.7%로 성장률을 올려잡으면서 한국만 5회 연속으로 내렸다. 한국경제연구원도 9일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3%로 0.2%포인트 낮췄다. 특히 수출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지연으로 애초 전망치인 1.2%보다 1.1%포인트 낮은 0.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 부진이 심화되면 가뜩이나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가라앉은 내수 부문이 더 위축될 것이고 성장률은 1% 선도 지키지 못할 수 있다. 지금은 단기 충격이 컸던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달리 경제체력이 서서히 나빠지는 ‘슬로모션 위기’다. 경상수지에 켜진 경고등에 위기감을 가지고 경제 주체가 합심해 대처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