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선언 이후 소비회복 효과에 힘입어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세 분기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17일 일본 내각부는 1분기 GDP 속보치를 발표하며 실질GDP가 전 분기보다 0.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본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0.6% 늘어난 게 플러스성장을 주도했다.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되면서 자동차를 비롯한 내구재 소비도 늘어났다. 특히 설비투자가 0.9% 증가했다. 내수 비중이 큰 일본 경제특성이 오히려 빠른 회복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애초 0.7%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던 연간 환산(연율) 성장률은 1.6%로 뛰었다. 성장률이 잇따라 하향조정되며 1.5% 밑으로 추락한 한국과 대조적이다. 올해 한일 성장률이 연간 기준으로 25년 만에 역전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일본 경제회복세는 주가에도 투영되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상위 225개 종목으로 산출하는 닛케이평균주가가 17일 1년8개월 만에 3만엔을 돌파했고 도쿄증시 1부 전 종목을 대상으로 한 TOPIX지수는 ‘거품경제’가 꺼지기 시작한 지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업 실적 개선과 외국인 투자에 힘입었다. 반면 한국의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작년 동기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친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2500선을 밑돌며 2021년 7월 6일에 기록한 최고점(3305.21) 회복이 요원하다.
한국이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특히 부진한 것은 반도체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경제구조 때문이다. 한국 전체 수출 중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일 품목으로 최대인 20%에 달한다. 그런데 글로벌 업황 침체로 지난달 수출이 41% 하락하는 등 9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보인다. 여기에 우리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리오프닝 지연 등 악재가 겹쳐 유독 타격이 컸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연말까지 내내 더딘 회복세에 시달려야 한다. 수출 외에도 내수 등 수익을 창출하는 저변이 넓어서 외부 경제 충격이 오더라도 타격이 작은 일본과는 구조가 판이하다.
한국 경제가 직면한 난기류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체질개선을 통해 당당히 맞서는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내수 확대를 제시하지만 협소한 시장 탓에 보조적 효과만 있을 뿐이다. 반도체와 중국에 집중된 산업구조를 전기차, 바이오 등으로 다양화하고 현저히 부족한 소비재 수출 비중을 늘려야 한다. 제품 경쟁력이 확보되면 아세안, 인도, 중동 등으로 시장도 다변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