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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기요금 현실화 물꼬...물가상승 압력 최소화 과제로

전기요금이 16일부터 ㎾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된다. 도시가스요금도 MJ(메가줄)당 1.04원 오른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올해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방안을 15일 발표했다. 45일간가까이 미뤄온 지각 인상이다. 전기요금은 애초 ㎾h당 7원 정도 올리려고 했지만 천문학적인 한전 적자를 메우는 데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15일 당정 협의회에서 한전의 약 26조원 자구안을 검토한 뒤 전기요금 인상분을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인상으로 월평균 332㎾h의 전력을 사용하는 4인가구는 현재 6만3570원에서 6만6590원으로 3020원을 더 내야 한다. 가스요금도 4인가구(월 사용량 3861MJ) 기준 월 4400원 부담이 늘어난다. 다만 에너지 취약계층은 평균 사용량까지는 요금 인상분 적용을 1년간 유예하고 에너지바우처 지급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소상공인과 뿌리기업은 분할 납부도 가능하다.

단 몇 천원이라도 매달 내야 하는 공공요금은 서민에게는 피부로 느끼는 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현재의 에너지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번 전기요금 8원 인상은 애초 7원보다는 늘어났지만 한전 적자를 해결하는 데는 크게 미흡하다. 연말까지 10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전 적자를 2조6000억원가량 메워줄 뿐이다. 지난 12일 한전은 26조원에 달하는 자구안을 내놨지만 부동산 매각에는 시일이 걸리고, 전 직원 임금동결도 노조 반발이 예상되는 터라 적자 해소에 당장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빚은 늘어나고 채권을 발행해 빚을 갚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적자 해소를 위해 올해 51.6원 올려야 하는데 3, 4분기 인상 부담만 더 커지게 됐다.

요금 인상에 따른 물가관리도 부담이다. 공공요금 인상률 상방은 이미 28.4%대에 달한다. 외식물가 급등 등 생활물가 도미노와 여름철 냉방 수요 등으로 애써 누른 물가가 튀어오를 수 있다. 당국의 세심한 물가관리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전기요금은 정치적 셈법이 아니라 연료비 등과 연동, 원가 변동분을 반영해 결정해야 한다. 한전 적자는 연료비와 전력구입비가 올랐는데 이를 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탓도 있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3%이지만 1인당 에너지 소비는 세계 4위다. 에너지난으로 각국이 제한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소비를 줄이는 데 우리만 펑펑 쓰는 일이 벌어졌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일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에너지 절감은 기후변화 시대 탄소중립의 새로운 표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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