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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전 ‘5조원 더’ 자구안...다음 스텝은 전기요금 정상화

한국전력이 애초 발표한 자구책 20조원에 5조원 이상을 더한 추가 자구안을 12일 내놨다. 여권과 여론이 뼈를 깎는 노력이 충분치 않다고 압박하자 알짜 부동산 매각과 임직원 임금 반납을 포함시킨 자구안을 내놓았다. 당정은 자구안을 살펴본 뒤 15일 요금 인상을 결정하겠다고 한다.

한전이 내놓은 자구안에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남서울본부를 매각하고 양재동 한전아트센터를 임대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남서울본부는 지하에 변전소가 있어 매각에 난색을 보였지만 분리 매각으로 가닥을 잡았다. 10개 사옥 임대도 추진한다. 한전 및 그룹사의 2직급 이상 임직원의 임금 인상분 반납, 한전 3직급 직원의 임금 인상분의 50% 반납 등도 포함됐다. 전 직원 동참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한전은 이를 통해 3년간 25조 이상의 재정 건전화를 이룬다는 목표다.

당정이 한전의 자구안을 받아들이면 15일 전기 요금이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기요금을 얼마나 올리느냐다. 현재 인상폭은 kWh(킬로와트시)당 7원 안팎이 유력하다. 이 경우 하반기 한전 적자는 2조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한전이 적자 해소를 위해 요청한 올해 인상폭인 kWh당 51.6원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기를 원가의 70%에 파는 구조가 오래 되다 보니 요금을 한꺼번에 올리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인상분을 찔끔찔끔 올리다보면 적자는 또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한전은 지난해 32조원의 천문학적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5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올해 추가 요금 인상이 없으면 한전 적자는 연말까지 10조원 안팎에 이르게 된다. 추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당으로선 요금인상이 정치적 부담이 크지만 제대로 인상을 못하고 미루다보면 계속 요금 인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충분한 인상으로 3, 4분기, 냉·난방 수요가 커지는 데 따른 요금폭탄 위험을 사전에 낮추는 게 필요하다. 결정을 미적대다 이미 40여일을 허송세월한 마당이다. 그 사이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한전의 경영난은 하청업체로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한전 일감이 급감한 데다 자금난으로 대금 지급이 여의치 않아 협력사 고통이 크다고 한다. 협력사의 연쇄 도산, 전력 생태계 붕괴 우려가 나온다.

국가 전력망을 책임지고 있는 한전은 그간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경영을 보여줬는지 돌아봐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되 전력안정성 확보가 흔들려선 안 된다.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맞춘 송·변전설비 신설·보강 등 꼭 필요한 투자도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자구책이 마지못해 보여주기 식으로 그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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