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소위 타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훔치는 것을 ‘도둑질’이라고 한다. 남의 것을 탐하는 것, 그리고 남의 것을 빌린다는 명목으로 잠시 취하던 것을 되돌려 주지 않는 것 또한 이에 해당한다. 나쁜 행위임에는 분명하기에 어렸을 때부터 ‘남의 물건에는 손대지 않는다’라는 것은 응당 지켜야 하는 기본 규칙과도 같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들에게 ‘도둑질 해 본 적 있느냐?’라고 물으면 주저함 없이 그렇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필자도 처음엔 떳떳하게 ‘그런 일은 추호도 없다’라고 대답했다. 가뭄으로 조만간 물이 부족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경고성 공익광고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모처럼 맞는 연휴에, 세차게 쏟아지는 비가 반가웠던 이유는 메말라가는 땅과 건조해진 풀 잎사귀들이 얼마나 긴 시간을 버텨왔는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 한 곳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운하가 말라붙어 곤돌라와 수상택시의 운행이 멈췄다는 뉴스에 많은 이들이 충격에 빠졌다. 이처럼 전에 없던 극심한 가뭄이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수많은 피해와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가뭄피해는 기후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반건조 지역이 사막화되는 양상을 보이면 기온이 올라 토양에서 증발한 수증기는 대기 중에서 이동하다 비가 된다. 이때 가뭄으로 인해 대기 중의 수증기가 늘어나면서 또 다른 지역에는 집중호우를 유발하기 때문에 재해를 일으키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국제기구인 UN 산하 기구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 사이에 지구 표면 온도가 1.1도 상승했다고 한다. ‘겨우 1.1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후가 급변한 최근 20년 사이 자연재해는 약 1.7배 상승하고 이로 인해 매년 6만 명에 이르는 사람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어디 이뿐이겠는가. 지속되는 가뭄으로 산불 발생 또한 증가하고 있으며 개화 시기 또한 앞당겨져 생태계 혼란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도둑질’ 이야기하다가 난데없이 ‘기후 변화는 무슨 말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독자도 있겠지 싶다. 이러한 기후 변화의 원인이 우리 손안에 있다는 것을 강렬하게 어필하고자 하는 필자의 작은 욕심을 드러내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 이 지구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물론, 어느 누구의 것이라고 명명하기에는 불특정 다수가 대상일 수도, 어쩌면 주인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명한 사실 하나는 우리는 지금 약 100여년의 대여 기간 후에 다음 사용자에게 되돌려 줘야 하는 것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내 것이 아닌 지구와 그 환경을 만끽할 때에는 분명 충분히 누릴만한 자원과 환경이 넘쳐났는데 막상 다음 차례에 맞춰 기다리는 이들은 메마르고 불에 타거나 혹은 물에 젖어 형태조차 알 수 없게 붇거나 찢겨버린 것을 받아들고 어찌할 줄은 모른다. 이처럼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을 자기 것인 마냥 탐하고 원 상태 그대로 돌려주지 않은 것도 ‘도둑질’과 진배없다. 우리가 받은 것은 그대로 되돌려 주자. 그래야 ‘도둑질’은 우리와 거리가 먼 것임을 큰소리로 외칠 수 있다.
김은성 호남대 작업치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