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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치유의 자연이 곧 병원

“60이면 이젠 나이를 생각해야 해. 꼭 병원에 가봐.”

얼마 전 한 모임에서 “귀농·귀촌강의차 장시간 운전하다 보니 허리가 불편하다”고 하자 이구동성으로 건넨 지인들의 충고다. 사실 잦은 허리 고장은 장시간 운전보다 농사일 탓이 더 크다. 강의일정을 봐가며 자연의 시계에 맞춰 밭두둑을 만들고 일부 비닐과 제초매트를 깔고 모종을 심어야 한다. 때를 놓치면 한 해 농사가 어그러지니 무리를 하게 되고 그 결과, 어깨·허리·무릎 등에 툭하면 탈이 난다. 다행히 파스로 온몸을 도배(?)하다시피 하며 그럭저럭 넘어갔다.

2010년 강원도 홍천에 귀농할 당시 필자는 농촌에선 비교적 젊은 40대 후반이었다. 앞서 서울 직장에 다닐 때 업무스트레스와 과음 등으로 가끔 건강에 경고등이 켜지곤 했다. 산골로 들어온 이후 건강이 확실히 좋아진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나이 들수록 신체활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은 감출 수가 없다. 무엇보다 근력 감소가 뚜렷하다. 농사와 몸으로 때우는 일을 자주 하다 보니 초기에는 몸이 단단해짐을 느꼈지만 막 60대에 접어든 지금은 다소 부대낀다. 힘 대신 축적된 경험과 나아진 일머리로 버티고 있다고 보면 맞다.

이제 건강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할 나이인 건 분명하다. 지금까지 필자와 아내는 가급적 병원을 멀리했다. 할 수 있는 한 자가치유와 자연치유에 의존한다. 무료 정기 건강검진(2년)과 암 검진을 받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렇다고 ‘될 대로 되라’식의 건강 방치(?)는 절대 아니다. 필요하다면 현대적 의료 서비스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나이 들수록 그렇다.

필자와 아내도 나름 신경 써서 건강관리를 한다. 다만 자연으로 들어왔으니 건강 또한 가급적 자연에 맡기고자 할 뿐이다. 특별한 비법은 없다. 깨끗한 물과 공기면 족하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국민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따금 맨발로 맨땅을 걸으며 지기를 충전한다.

식생활 또한 현미밥과 자생력으로 자란 먹거리를 주로 섭취한다. 올 2~3월에는 농장에 자생하는 달맞이꽃뿌리를 캐어 담금주를 만들고, 이어 민들레와 (왕)고들빼기를 캐어 김치를 담갔다. 최근에는 자연 그대로 키운 눈개승마(삼나물)와 (개)두릅 순을 채취해 나물로 먹었다. 가끔 산에 올라 오리지널 자연산 먹거리를 채취하기도 한다. 자연이 제철에 주는 각종 먹거리는 보약이 따로 없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시골생활은 농사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건강관리가 이뤄져야 그 의미가 있다고 본다.

도시민이나 귀농·귀촌인 가운데 요양차 시골을 찾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특히 암에 걸린 이들이 많다. 안타까운 점은 갑자기 암 판정을 받은 다음 또는 큰 수술 후에 너무 늦게 자연을 찾는다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가급적 일찍 자연으로 들어와 자연의 순리대로 살면 주어진 건강은 누릴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단지 농촌에 산다고 해서 건강한 것은 결코 아니다. 농약·악취 등의 위해한 환경은 피해야 한다.

시골은 자연이 감싸고 있다. 힐링과 치유의 환경이다. “내 몸과 마음까지도 자연에 맡기고 순응할 때 비로소 자연이 주는 건강이란 선물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치유의 자연이 곧 병원이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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