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의료계 파업이 현실화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통과에 반발하는 의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 관련단체가 3일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보건복지의료연대가 2일 기자회견을 열고 “3일 오후 전국 각 시도에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 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연가를 내거나 단축 진료 등으로 이날 오후 진료는 일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의료연대는 간호법 재논의(거부권 행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7일에는 연대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한다. 대학병원에서의 환자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3일에는 동네 의원들의 진료 단축 등으로 당장 큰 불편은 없지만 점차 중형 병원 등으로 확산하고 17일 총파업에 나서면 의료대란마저 우려된다. 애초 단체행동을 망설였던 전공의들이 연대 동참으로 입장을 굳혀 의료현장 혼란이 커지게 됐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핵심 의료인력인 전공의 파업은 응급실, 중환자실의 운영 차질 등 영향이 적지 않다.
간호법을 반대해온 정부는 애초 직역 간 갈등이 불가피한 법안으로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하겠다고 했지만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양곡법 거부권 행사에 이어 정치불통 이미지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덕수 총리가 충분히 검토한 뒤 대통령 재의요구권을 건의하겠다고 한 이유다.
의료법에서 간호사와 관련된 법만 떼낸 간호법은 처음부터 논란이 예상됐다는 점에서 여야 정치권 책임이 크다. 다른 직역도 같이 손 볼 필요가 있는데 간호사만 별도로 규정하다 보니 이해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의사들은 간호사의 단독 개원, 대리 수술, 대리 처방을 합법화한 법이라고 주장한다. 간호조무사들은 고교졸업으로 자격의 상한선을 정하고 요양시설 등에서 간호사 지도를 받도록 해 일자리 위협을 받게 돼 반발이 크다. 응급구조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도 자신들의 직역을 넘보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문제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직역 간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허심탄회한 소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민 건강을 담보로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의사들의 파업 동참에는 간호법과 함께 통과된 의사면허 박탈을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저지 속내도 있다는 지적이 많다. 여야는 간호법 갈등 중재에 적극 나서고 고령화 사회에 필요한 폭넓은 의료 서비스와 직역 간 이해관계를 좁힐 현실적 해법을 찾기 바란다. 파업으로 의료현장에서 국민건강과 안전에 해가 가지 않도록 정부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