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부터 물가는 뛰기 시작했다. 환율도 상승하고 있었고, 금리도 오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3고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에 우리나라와 미국의 물가는 더 올라갔고, 금리도 치솟았다. 지난해 말부터 그동안 몇 배가 오른 부동산시장을 중심으로 금리가 상반기에 내릴 것이라는 의견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까지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고, 금리가 계속 오르는 경우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최근 주요 기관의 한국 경제성장 예측치가 점점 하락하고 있다. 경제성장은 산업별로도 계산되지만 소비, 투자, 정부 지출, 순수출로 많이 계산된다. 소비는 양극화되어 좋지 않은 상황이다. 소득과 부의 양극화가 소비의 양극화를 가져 왔고, 평균적으로 소비증가율을 낮추게 된 배경이 되었다.
투자의 경우에도 일부 대기업이 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경기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 지출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어 재정적자가 누적되어 있고 재정건전성마저 위협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 지출을 무한정 늘릴 수도 없다.
순수출은 환율 등의 영향, 그리고 중국 등과의 무역적자 누적으로 인해 올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무역수지는 계속 적자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무역수지의 적자는 경상수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상수지 흑자 예측치는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내수 등의 소비 예측치는 올해 상반기에 기관들이 예측하는 1.3%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순수출 예측치 0.3%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와 정부 지출에 큰 변화가 없다면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 1.5~1.6%보다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순수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면 경제성장률이 1.1%까지도 낮아질 수도 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전부터 사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이미 ‘L’자형 장기 불황에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코로나19기간인 두 해의 평균도 1%대였고, 코로나19가 오기 전 해에도 1%대에 가까웠다.
우리나라 3고 중 고물가의 시작은 부동산이었다.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이 5년 만에 두 배 이상 뛰면서 물가가 상승했다. 하지만 부동산물가는 샘플링 부족으로 매우 낮게 잡혀 국민의 눈을 속였고 인플레이션 계산에 사용되지도 않는다.
미국의 경우에는 중고차부터 시작했고, 주택 가격이 상승하였다. 미국은 주택 가격 상승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금리를 계속해서 인상하였고, 고용이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 내에 금리 인하는 없다고 계속해서 이야기해왔다. 또한 미국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한다고 하지만 금리 인상을 강하게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택 가격이 정상화되어야 체감물가가 내려갈 수 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서 고금리를 선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체감물가가 더욱 심각한데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것은 부채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주택 관련 부채를 안고 갈 수도 없고, 부채가 터지면 국내 경제에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라는 뜻이다. 최근에 이러한 징후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금리를 인상하지 않는 경우에는 지금처럼 환율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고환율이 되면 순수출에 좋아질 것 같지만 수입증가율이 높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순수출이 나빠지게 되고 다시 환율이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제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제 국내적인 문제와 국제적인 문제 두 가지를 동시에 마주쳐야 한다. 하나라도 빨리 해결하고 갔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충격은 양쪽에서 올 수도 있다.
3고 현상과 경기불황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일반 서민에게는 정말 힘든 시기임에 틀림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s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