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당의 압박에 백기를 들고 탈당·귀국을 택했다.
송 전 대표는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돈봉투’ 사태와 관련해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민주당을 탈당하고자 한다”고 했다. ‘돈봉투’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표가 이 일로 송 전 대표와 전화통화를 하고 귀국을 종용한 뒤 일주일 만이다. 송 전 대표는 당시만 해도 조기 귀국을 망설였다. 당내 비난이 거세지며 강제 출당, 제명 등의 거친 말이 나오자 떠밀리듯 자진 탈당·조기 귀국으로 돌아선 것이다. 손절하려는 당에 송 전 대표가 “당당히 검찰 수사에 응하겠다”며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민주당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선언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에 민주당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역시 큰 그릇” “진짜 정치인” “물욕이 적은 사람” 등 치켜세우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송 전 대표의 탈당으로 ‘돈봉투’ 사건의 본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의원과 당직자가 20~40명에 이른다. 돈을 주고받은 구체적인 정황들도 들어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자체 조사를 통해 먼저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살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손을 놓고 송 전 대표의 입만 바라봤다. 심지어 돈봉투 300만원을 밥값 정도라며 도덕적 해이마저 보였다. 국민정서와의 괴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불법 ‘돈선거’를 치른 민주당 전체의 도덕성이 의심받는데 송 전 대표 개인의 문제로 몰아 꼬리자르기식으로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당내에서도 169명 의원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송 전 대표의 귀국은 진상규명의 시작일 뿐이다. 송 전 대표는 이정근 사무부총장의 개인 일탈로 선을 긋고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후보가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 어렵고, 윤관석·이성만 의원으로부터 보고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돈봉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해서도 “그가 선거캠프에 참여할 위치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관련자들도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국민 의혹은 크다. 송 전 대표는 수사에 적극 협조해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민주당은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스스로 자정능력을 보여야 한다. ‘매표’를 관행으로 당연시하는 정치풍토가 자리 잡지 못하게 해야 한다. 송 전 대표와 무관하다는 투로 끌고 갈 경우 민심이반만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