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제품은 우리나라 스타트업기업 ‘닷’의 닷패드(Dot Pad)였다. 시각장애인들이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점자 외 그림과 각종 시각자료를 담은 제품이다. 해당 기업 대표는 ‘전 세계 시각장애인 3억명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데 왜 아무도 해결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에서 고민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처럼 불편한 경험에 공감하고 해결하려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노력은 정책을 만드는 데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행정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날로 다양해지고 있으며 코로나19 등 사회적 재난으로 새로운 도전의 연속에 직면했다. 기존의 경험과 지식만으로는 제대로 된 문제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앞서 언급한 ‘닷’의 대표처럼 고객의 불편을 그들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연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불합리한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국민편익을 높이고자 범정부적으로 추진하는 적극행정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병무청에서도 새로운 시각에서 국민불편을 바라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한 사례가 있어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병역의무자 여비 맞춤형 자동 산정 시스템 구축’이다. 종전에는 시구읍면 주소지 기준으로 이동거리에 따라 시외버스 운임단가를 적용해 여비 지급액의 현실화가 필요했다. 이에 검증된 교통데이터를 활용해 개인별 실주소 기준으로 최적 경로를 검색하고, 변화한 교통 환경에 따라 운임단가를 적용해 연료비와 통행료를 산정하도록 개선했다. 이를 통해 병역의무자에게 현실적인 실비가 지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병무청은 공공마이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공공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기관이 국민의 요구에 따라 국민이 원하는 곳으로 행정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을 말한다. 국민 입장에서는 병무청으로부터 병적증명서, 병역명문가증 등 6종의 온라인 서비스를 받음으로써 서류 발급시간과 비용이 줄어든다. 병무청 입장에서도 국민에게 필요한 항목만 선별·추출해 제공함으로써 개인정보 보호 기능과 안전성은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국가보훈처와 협업으로 병적 기록 정정 절차를 간소화해 민원불편을 해소했다. 이전에는 국가(참전)유공자 등록에서 병적과 호적이 다른 경우 기록 정정을 위해 수차례 행정기관을 방문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가보훈처에 국가(참전)유공자 접수를 할 때 병무청 연동 체계를 제공해 방문 없이도 처리가 가능하게 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인 아마존은 ‘거꾸로 일하기’를 강조한다. 기존에는 기획자의 아이디어로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에게 제공했다면, 반대로 고객 관점에서 니즈를 찾는 것으로 이를 통해 고객이 진정 원하는 혁신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병무청도 이제는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 더 개방적인 사고와 넓은 시야로 모든 것을 국민의 시각으로 뒤집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전과는 다른 방법을 찾는 끊임없는 도전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는 새로운 조직으로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
이기식 병무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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