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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수출 7개월 연속 뒷걸음, 흔들리는 한국경제 펀더멘털

한국 수출이 지난달까지 반 년째 역성장한 가운데 4월에도 마이너스 흐름을 지속했다. 20일까지 수출액이 323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감소했다. 7개월 연속 뒷걸음질이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11.8% 줄어든 365억900만달러로 집계돼 무역수지는 41억39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역시나 반도체(-39.6%)와 중국(-26.8%) 등 우리 수출의 양대 기둥이 무너졌다. 승용차(+58.1%)와 선박(+101.9%)의 선전으로 이 정도로 버텼다. 올해 들어 누적된 무역적자는 벌써 265억8400만달러로, 역대 최대 적자를 낸 지난해(478억달러)의 절반을 넘었다.

대규모 무역적자로 환율도 출렁이고 있다. 올 들어 미국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 대비 약세(6개국 통화 대비 1.5% 하락)를 보이고 있지만 유독 한국 원화가치는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20일 장중 한때 1330원을 돌파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달러 약세가 곧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던 과거의 공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우리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한파와 수출 부진, 경상수지 적자, 내수 위축, 성장률 저하 등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가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문제는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한국의 수출 반등도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크다. 국내 경기 상황 때문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쉽사리 올리지 못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벌어진 한미 금리 차도 문제다. 현재 최대 1.5%포인트인 한미 금리 차는 미국이 1~2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리면 최대 2%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원화 약세가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크다. 원화 약세는 수입원자재 가격을 올리고, 이는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한다.

결국 ‘중국과 반도체’라는 한국 수출의 2대 요인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출이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전기차와 2차전지가 반도체 공백을 메워야 한다. 미-중 패권경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중국을 대체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여전히 경제성장률이 견고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으로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 원전과 방산 수출이 유망한 동유럽, 포스트오일 시대에 대비해 대대적 투자를 하고 있는 중동 시장도 발 빠른 선점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이 무역전선에서 가벼운 몸으로 뛸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개혁과 세제 지원으로 뒷받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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