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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선 기업이 ‘파이 키우기’ 사고방식을 가지면, 즉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움직이고 이윤을 부산물로 보게 되면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키운 파이가 어떻게 주주 몫의 조각도 더 커지게 하는지 이야기했다.
이와 대조되는 개념은 ‘파이 쪼개기’ 사고방식으로, 이윤창출이 최종 목표이며 이해관계자들의 몫을 줄여, 즉 임금을 낮추거나 가격을 높이거나 환경을 오염시킴으로써 이윤을 높이려고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파이를 키우는 게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목적의식을 갖고 전문성을 가진 사회적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목적의식이 있는 기업은 스스로 묻는다. “내 손에 뭘 갖고 있는가?” 우리가 가진 전문성과 자원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더 넓은 사회를 위해 사용할 수 있을까?
실제 사례를 보면 이는 세 가지 유형의 활동을 통해 가능하다.
첫 번째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 즉 기존 고객을 위해 신제품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고객을 찾는 것이다. 물론 이윤만 중시하는 기업들도 신규 사업을 따내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업들은 이윤이 날 것이라는 계산이 설 때만 움직일 것이다. 이 경우엔 이미 알려진 고객 필요를 찾고, 이 필요를 충족시켜 줄 새로운 제품을 더 수익성 있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문제해결 과정이 수반된다.
이와 달리 목적의식이 있는 기업은 수익적인 영향이 불분명한 경우에도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움직인다. 여기에는 문제 찾기 과정이 수반된다. 누구도 알지 못했던 필요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보다폰에 ‘M-Pesa(페사)’라는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출시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은행 계좌 없이 휴대전화만으로 송금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폰은 이것이 파이를 키울 방법으로 봤고, M-Pesa 서비스를 출시했다.
동일한 맥락에서 고객을 수익의 원천으로 봐서가 아니라 고객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 적극적으로 신규 고객을 찾는 기업들이 있다. 어떤 은행들은 여성이거나 사회적 소수자인 사업가에게 대출을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은행의 목적 중 하나가 금융에 대한 접근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모든 이에게 이러한 접근이 제공돼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믿음의 부산물로 전통적인 대출 기준이 간과했던 신규 고객들을 발굴할 수 있다면 해당 은행의 수익이 더 커질 수 있다.
새로운 일에는 매출 증가 외에 목적 있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는 것도 포함된다.
2007년 영국 과자업체 ‘워커스 크리스프스(Walkers Crisps)’는 환경을 위해 탄소발자국을 줄이고자 했다. 당시에는 기업 탄소발자국에 대한 관심이 훨씬 적었기 때문에 감축으로 얻을 수 있는 평판상의 이점은 거의 없었다. 워커스는 세계적 친환경 인증기관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와 협력해 감자 파종부터 포장지 폐기까지 감자칩 한 봉지의 탄소발자국을 전 생애주기에 걸쳐 연구했고, 그 결과로 탄소발자국의 많은 부분이 감자 건조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 후속 연구를 통해 회사가 총중량 기준으로 감자를 구매하고 있었기에 건조비용이 많이 들고, 또 한편으로 감자 수분 함량을 높이기 위해 감자를 가습된 환경에서 보관하도록 농부들에게 유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 후 워커스는 구매 방식을 건조 중량 기준으로 전환해 회사의 건조비용을 절감했을 뿐 아니라 농부들이 감자 가습을 위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도록 유도했다. 2년 만에 워커스는 감자칩 한 봉지의 탄소발자국을 7% 감축해 탄소배출량은 4800t, 회사의 에너지비용은 연간 40만파운드 줄일 수 있었다. 환경을 위해 착수한 연구가 궁극적으로 주주에게 도움이 된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같은 일을 다른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파이 키우기가 혁신을 수반하긴 하지만 모든 회사가 M-Pesa 같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활동을 다른 방식으로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가치창출이 가능하다. 이 다른 방식 중 하나가 ‘우수성(excellence)’이다.
철도회사는 열차를 정시에 운행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열차가 정시에 운행하면 사람들은 일터에 갈 수 있고 가족과 친지를 방문할 수 있으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핵심 사업에서의 우수성은 자선기부 등의 비핵심 ESG활동보다 사회에 훨씬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에도 이윤만 중시하는 기업들도 우수성을 추구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역시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될 때만 그렇게 할 것이다. 지역을 독점하고 있는 철도회사가 벌금이 부과되지 않는 수준 이상으로 정시성을 추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금전적인 인센티브는 거의 없다.
파이를 키운다는 게 어려운 결정을 피한다는 뜻은 아니다. 2020년 5월 에어비앤비(Airbnb)는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여행 수요가 영구적으로 감소할 것이란 예상에 기반해 직원의 4분의 1을 줄여야 했다. 회사의 목적의식이 상업적으로 필요한 조치에 대한 결정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대신 더 인간적인 방식으로 결정이 내려지도록 했다. 법으로 요구되지 않았음에도 에어비앤비는 해고되는 모든 직원에게 최소 14주의 퇴직금을 지불했고, 팬데믹 상황임을 고려해 1년간의 건강보험을 보장했으며, 구직활동에 도움이 되도록 회사 노트북을 보유할 수 있게 해주고, 채용팀에서 재취업 주선을 도와주게 했다.
세 번째 유형은 같은 일을 같은 방식으로 하되, 그 목적을 인식하며 하는 것이다. 하는 일이나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아도 지금 하는 일의 궁극적인 목적을 생각하며 일할 수 있다.
위의 이 유명한 카툰에서 세 명의 작업자가 동일한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나가던 여성이 각 작업자에게 뭘 하고 있는지 묻는다. 1번 작업자는 한숨을 쉬며 “벽돌을 쌓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2번 작업자는 “돈을 벌고 있어요”라고 대답하며, 3번 작업자는 활짝 웃으며 “성당을 짓고 있어요”라고 답한다.
영국에서 봉쇄 조치가 끝났을 때 낫웨스트은행(Nat West Bank) 최고경영자(CEO)인 앨리슨 로즈는 경영진과 함께 런던에 있는 레스토랑 ‘다즐링 익스프레스(Darjeeling Express)’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고, 거기서 레스토랑 주인 아스마 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칸은 지난 1991년 처음 영국에 왔을 때는 달걀을 삶을 줄도 몰랐지만 그로부터 20년 후엔 서퍼클럽(supper club·간단한 저녁식사만을 판매하는 식당으로, 판매 메뉴 수가 많지 않음)을 열었다고 한다. 레스토랑을 열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고, 은행은 백인 남성만을 이상적인 창업가로 본다는 생각에 은행 대출은 받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낫웨스트은행은 그녀에게 대출뿐 아니라 사업계획에 대한 자문까지 했고, 이를 통해 그녀는 레스토랑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칸의 레스토랑은 지금까지 수천명의 고객에게 맛있는 음식을 판매했고, 수십명의 직원에게 일터를 제공해줬다.
여러분이 아스마 칸의 대출업무를 담당했던 낫웨스트은행 직원이라면 대출서류를 처리하는 단순한 업무를 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어떤 서류는 승인되고 어떤 서류는 거절된다. 여러분은 의사결정을 할 때 은행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고객에게 벌어질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고 대출 후 어떻게 됐는지는 더더욱 알아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은행들은 거절했을 대출이 승인되게 도와준 낫웨스트은행 직원들은 한 창업가가 꿈을 좇을 수 있게 힘을 실어줬다. 주니어 직원들은 중대한 영향력이 있는 회사의 결정에 기여할 때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결실을 낼지 잘 보지 못한다. 그렇기에 시니어 직원이나 고객 대면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고객의 이야기를 회사에 전달할 의무가 있다.
목적은 선언문에 그쳐서는 안 된다. 행동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목적에는 새로운 일이 포함되긴 하지만 많은 기업이 이 점에만 집중해 그들이 얼마나 헌신적인지를 대중에게 증명하기 위해 새로운 뭔가를 최대한 많이 출시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그로 인해 종종 기업의 노력이 너무 얇게 퍼져버리게 된다.
파이를 가장 많이 키울 수 있는 활동 중 어떤 것들은 보도자료나 ESG 보고서에 포함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기업은 핵심적인 의무를 우수한 방식으로 수행함으로써, 또 전 직원에게 자신이 하는 일의 궁극적인 영향을 보게 함으로써 기업 내·외부 모두에 목적의식을 불어넣을 수 있다.
알렉스 에드먼스 런던비즈니스스쿨 재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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