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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여도, 야도 싫다’...무당층 늘어나자 고개 든 ‘제3지대론’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첫 토론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금 전 의원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총선에서 30석 정도를 차지할 수 있는 정당이 나타난다면 한국 정치를 밑바닥부터 바꾸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거대 양당 정치에 실망한 무당층이 대거 늘어나면서 대안세력을 모색하는, 이른바 ‘제3지대론’이 마침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포럼의 출범이 정치권 지각변동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무당층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무당층 비율은 29%로 나타났다. 민주당의 36%, 국민의힘 31%에 버금가는 수치다. 대선 직후인 지난해 4월 15%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1년 사이 2배가량 늘었다. 무당층이 급증하는 이유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극심한 실망감 때문이다. 우리 정치에서 미래 비전과 정책 경쟁이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상대방 흠집 내기와 이에 따른 반사이익에 골몰하는 모습만 보일 뿐이다. 이에 대한 피로와 염증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레 제3지대 세력이 출현하는 것이다.

물론 양당 정치의 벽을 깨고 제3지대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자리를 잡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늘어나는 무당층 표심은 막상 선거가 다가오면 거대 정당으로 점차 흡수되게 마련이다. 2020년 총선에서도 1월 무당층이 33%까지 치솟았지만 막상 선거가 임박하자 18%로 줄어들었다. 15대 총선과 20대 총선에서 각각 50석과 38석을 차지하며 제3지대 성공 사례로 꼽혔던 자유민주연합과 국민의당은 이후 기존 정당과 합당하며 결국 소멸되고 말았다.

그래도 제3지대 출현 의미는 작지 않다. 금 전 의원 역시 “유권자들은 당장 내년 총선에서 원내 1, 2당이 되거나 대선에 도전할 세력이 등장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기존 정치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지적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는 세력이 등장한다면 유권자는 기꺼이 한 표를 던질 것이다. 나아가 정치권 어항 속 메기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충분하다.

제3지대의 파괴력은 미지수이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무당층이 늘어나고 제3지대가 왜 주목받는지 경각심을 갖고 되돌아보기 바란다. 지금의 정치 불신이 계속된다면 언제든 새로운 정치세력이 그 자리를 메울 것이란 사실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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