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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돈봉투 전대’ 사과한 李대표, 구태 척결 단호함 보이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미국의 도·감청 논란을 덮기 위한 여권과 검찰의 ‘국면전환용 기획수사’라고 강변해왔다. 이 대표 역시 “객관적 진실을 왜곡·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기 때문에 잘 믿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관련 녹취록이 보도되는 등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결국 입장을 선회했다. 공개된 녹취록에는 노골적인 돈 선거 정황이 담겨 있고, 수수 혐의 의원의 숫자까지 흘러나오자 더는 외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대표는 사과와 함께 수사기관에 공정한 수사를 요청했다. 또 이번에는 검찰을 비난하는 발언은 일절 하지 않았다. 이 대표의 급격한 입장 변화는 그만큼 이번 사안을 무겁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의혹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면 내년 총선까지 민주당의 악재로 작용하게 되고, 그럴 경우 당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느꼈을 것이다. 실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러한 분위기가 팽배한 상태라고 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국민 앞에 약속한대로 이번 사안이 명확하게 규명되도록 수사에 적극 협력해야 할 것이다. 당시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송영길 전 의원은 속히 귀국해 조사에 응해야 한다.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 전 의원은 ‘모르는 일’이라고 버틸 게 아니라 원내 1당 대표 출신답게 귀국해 조사를 받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를 걷어내고 신속하고 투명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민주당은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민주당은 원내 최대 의석을 보유하고 있고, 집권 여부를 떠나 제도권 정치의 핵심 축이다. 이런 정당이 돈봉투가 오고가는 전당대회를 치렀다는 것은 이만저만 충격이 아니다. 민주당이 신뢰를 되찾는 길은 검찰 수사 결과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자체 노력에 달렸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무엇보다 ‘돈봉투 전대’ 사건은 구태정치의 싹을 잘라내는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정치 불신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그나마 선거제도는 개혁되고 투명해졌다고 본다. 그런데도 ‘돈 선거’가 여전히 횡행한다니, 정치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 아닌가. 돈 선거뿐이 아니다. 정책과 비전으로 민심을 얻기보다는 가짜 뉴스 퍼나르기와 상대방 흠집 내기에 골몰하는 저급한 정치풍토 역시 퇴출돼야 할 구태들이다. 돈봉투 사건은 당장은 민주당의 일이지만 결국 정치권 모두의 위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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