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지역’이든, 뭐든 지정해주면 좋죠. 우리끼린 이곳을 ‘재난관리지역’이라고 불러요. 어쨌든 조금이라도 낫지 않겠어요?”
대구에서 아파트 시행업을 하는 K사장에게 대구시를 조정대상지역 위축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나온 대답이다. 그는 “대구에서 중소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회사 중 상당수가 파산 직전”이라고 했다.
조정대상지역 위축지역은 주택시장 침체가 심각한 지역을 심사해 지정하는 제도다. 위축지역이 되면 청약 거주지 우선 요건이 폐지되고, 청약통장 가입 후 한 달만 지나도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사실 조정대상지역에 대해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는 건 집값이 많이 오를 때 ‘과열지역’으로 지정해 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전국 대부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과열지역으로 묶어 규제했다. 그런데 관련법을 보면 시장이 침체된 경우엔 ‘위축지역’으로 지정해 지원을 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한주택건설협회는 최근 국토부에 조정대상지역 위축지역 지정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대구시도 지자체 중 최초로 위축지역 지정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
건설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면 주택시장은 지금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 직후나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자금력이 취약한 지방 건설사는 특히 어려움이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이달 16일까지 폐업을 신고한 종합·전문건설업체는 1080개나 된다. 하루평균 10개 이상 문을 닫고 있다. 이 중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지방 업체는 595개로, 전체의 55%를 넘는다. 같은 기간 폐업 신고한 지방 건설사는 2021년엔 428개, 2022년에는 497개로 계속 늘고 있다.
평년 대비 반 토막 밑으로 떨어진 거래량과 단기간 급등한 금리, 급등한 원자재 가격 등 온통 악재뿐이다.
주택법 규정에 따르면 현재 대구는 물론 지방 대부분이 위축지역 지정 요건을 충족한다. 최근 6개월간 주택 가격 변동률이 -1%보다 더 낮고, 3개월 연속 주택 매매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3개월간 평균 미분양주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지역도 수두룩하다.
물론 현 상황에서 위축지역으로 지정된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다. 청약 요건이 조금 좋아지는 것 외엔 별다른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기 위해선 대출, 세금 등 전방위적인 인센티브를 추가로 부여해야 한다는 게 업체들의 요구다. 문재인 정부에서 조정대상지역 과열지역으로 지정해 대출, 세금 등 온갖 규제를 적용했던 것처럼 반대로 위축지역에 대한 전방위적인 시장 회복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의 또 다른 중소 건설사 대표에게 “위축지역으로 지정되면 ‘정부가 지정한 집값 하락지역’이란 ‘낙인효과’가 생겨 침체가 더 심화할 수 있지 않겠냐”고 물었다. 답변은 명확했다. “지금 낙인효과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어요. 그냥 죽게 생겼습니다. 뭐든 한시라도 빨리 지원대책이 마련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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