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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태원 참사가 어제 일인데 변한 게 없는 ‘지옥철’

지난 11일 출근시간대 김포도시철도 김포공항역에서 10대 여고생과 30대 여성이 호흡곤란으로 실신해 119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콩나물 시루 같은, 이른바 ‘지옥철’을 타고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뒤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12월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져 한 여성이 병원으로 실려갔다. 매일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승객이 한둘이 아니다. 철도 이용객들은 “압사공포가 일상”이라고 말한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반 년밖에 안됐는데 바뀐 게 없다.

‘김포골드라인’은 경기 김포시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해 5호선과 9호선 환승역인 김포공항역에 도착할 때까지 탑승자가 누적돼 늘어난다. 정원 172명(2량) 열차에 평균 280명이 탑승하고, 많은 경우 2.15배 많은 370명이 탑승한다. 이태원 참사 당시 군중밀집도는 ㎡당 9~10명이었는데 김포골드라인은 ㎡당 7~8명 수준이다. 열차 좌석공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태원 참사 상황과 다름없는 밀집도다. 180cm 키의 장정도 압박감에 호흡이 가빠질 정도라는데 작고 마른 여성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는 애초 예견됐다. 3량의 승강장을 설치하려 했으나 예산 등의 문제로 2량 승강장이 됐다. 수요예측에 실패한 결과다. 혼잡도를 줄이려면 차량 증편, 열차 운행 횟수 확대, 승강장 확장 등 수송용량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김포도시철도 측은 내년 9월까지 열차 5대를 추가 도입해 출근시간대 배차 간격을 3분7초에서 2분30초까지 줄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 배차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는 비단 김포골드라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인구집중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출근시간대 모든 지하철 노선 상황이 다르지 않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버스전용차로 신설과 고속버스 운영, 기존 지하철 노선 연장과 ‘GTX(광역급행철도)’ 노선 확대 등으로 수요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시차출근제도 고려해야 한다. 인파가 몰리는 지하철 환승장의 밀집도도 위험지대이긴 마찬가지다. 열차시간 조정을 통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하고 역사 규모를 확장하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지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예산 문제가 걸림돌이다.

정치권은 선거 때마다 지옥철 해결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그때뿐이다. 임산부가 지옥철을 타고 출근하는 후진적 상황이 끔찍하다. 이런데도 야 3당은 12일 “아직 진상규명은 제대로 되지 않았고 책임자 처벌 역시 이뤄진 게 없다”며 ‘핼러윈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한다. 안전대책에 대한 논의는 없고 정치공세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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