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수 증가폭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고용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22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46만9000명 늘었다. 이는 지난달 31만2000명 증가보다 그 폭이 확대된 것이다.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지난해 6월 84만1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9개월째 둔화세를 보여왔다. 경기 부진에도 돌봄 수요와 외부 활동 증가 등이 취업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고용 상황이 그나마 반전세로 돌아선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통계를 뜯어보면 실제 고용시장 상황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고용의 양은 늘었지만 질은 계속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청년 취업자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이 그렇다. 10개월 만에 취업자 수 확대폭이 증가세로 돌아섰다지만 60대 이상 고령층의 몫일 뿐이다. 연령별 취업자 수를 보면 60대 이상은 54만7000명이 늘었다. 반면 취업의 주축이 돼야 할 20~50대 연령층은 되레 7만8000명이 감소했다. 특히 20대 취업자는 8만9000명이 줄었고 청년층 취업자는 5개월째 마이너스다. 제조업의 취업자 수(-4만9000명)가 석 달째 감소하고 있는 것도 심각하다.
정작 문제는 고용의 질이 앞으로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데에 있다. 경제가 성장해야 양질의 일자리도 생기는 데 우리의 성장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 발간한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대를 웃돌았지만 4연속 낮아지며 이제는 1%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IMF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부진 때문이라며, 긴축 재정을 권고했다. 일자리 사정이 더 나빠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통계당국도 고용 동향을 발표하며 일자리 전망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정부 재정으로 만드는 공공일자리 등 단기 대책으로는 얼어붙은 고용한파를 헤쳐갈 수 없다. 청년 일자리 불안을 해소하고 고용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왕성한 기업 활동이 필수다. 기업 하기 좋은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주면 자연스레 투자가 늘어나고 고용은 증가하게 된다. 그 전제는 노동개혁과 기업 규제 완화다. 좋은 일자리가 넘치고, 청년들이 활력을 되찾아야 국가의 미래도 밝아진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도 일자리 확충을 위한 정책 대응을 가속화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규제 전봇대를 뽑을 부처 간 협의부터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