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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음주시동 잠금장치’ 제도 도입 더 미룰 이유 없다

음주운전 차량 때문에 무고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다. 9일 경기도 하남시에서는 오토바이를 타고 음식을 배달하던 40대 가장이 중앙선을 침범한 음주운전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 있었다. 대전 한 초등학교 앞에서 음주운전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바람에 길을 지나던 열 살 어린이가 사망한 지 하루 만에 또 ‘음주운전 희생자’가 나온 것이다. 2019년 이른바 ‘윤창호법’ 시행으로 음주운전 사망 사고 형량을 ‘1년 이상 징역’에서 ‘3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으로 강화했다. 하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비극은 끊이지 않는다. 술을 마시면 원천적으로 운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시동잠금장치 제도를 도입할 때가 됐다.

시동잠금장치 관련 법 개정을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 국회에 관련 내용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처음 제출된 것은 2009년이다. 음주운전으로 면허 취소가 된 사람이 새로 운전면허증을 받을 때 최소한 3년은 시동잠금장치가 설치된 차량을 운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계속 제출됐지만 번번이 결실을 보지 못했다. 21대 국회에도 시동잠금장치 의무화 관련 법안이 무려 5건이나 올라와 있지만 처리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 법안이 14년째 낮잠을 자고 있는 이유도 그리 분명하지 않다. 적용 대상 범위와 대당 250만원가량 드는 설치비용 등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하나 그게 걸림돌이 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연구 결과가 부족하다지만 그 효과는 이미 선진 각국에서 입증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36개주에서 시행해 음주운전 사망자 수를 19% 줄였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음주운전 유죄 판결을 받으면 면허 취소와 시동잠금장치 설치 중 하나를 선택토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사회적 합의도 충분히 형성된 상태다. 국민권익위가 지난 2021년 설문조사를 해보니 응답자의 95%가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이를 토대로 경찰청에 제도 도입을 권고했지만 법 미비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음주 감지 센서 등 국내의 기술력도 갖춰져 있다는데 망설일 까닭이 없다.

코로나 사태가 일단락되고 모임이 많아지면서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경찰에 의하면 음주운전 사망자는 전체적으로는 감소세지만 음주운전 재범률은 되레 높아지고 있다. 음주운전은 습관으로, 아무리 법을 강화해도 근절이 안 된다는 얘기다. 상습 음주운전자가 술을 먹으면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원천 봉쇄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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