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 3.50%인 기준금리 동결했다. 두 차례 연속 동결이다. 한은은 앞서 지난 2월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동안 이어온 인상 기조를 깨고 기준금리를 3.50%로 묶었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가장 낮은 4.2%로 내려온 게 바탕이 됐다. 가라앉은 경기 상황도 동결 쪽으로 기운 이유다.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통관 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2000만달러)까지 13개월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25년 만에 감산에 들어간 것이 한국의 수출 침체를 상징한다. 여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과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 유동성 위기 등으로 고조된 금융 불안도 고려됐다.
문제는 우리가 두 차례 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미 간 금리 격차가 더 커졌다는 점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4.50~4.75%, 4.75∼5.00%) 올리면서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1.50%포인트 낮은 상태다. 만약 연준이 5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만 밟아도 미국 기준금리(5.00∼5.25%)는 한국보다 1.75%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한미 금리 역전폭으로서는 새 최대 기록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원화가치 급락은 수입 원자재와 상품가격을 끌어올려 가뜩이나 심각한 무역수지를 더 악화시켜 불황의 골을 깊게 할 것이다.
한국 경제는 수출이 지난해 9월부터 감소한 가운데 내수까지 쪼그라들면서 복합 위기에 빠져 있다. 빚으로 코로나19 시기를 버텼지만 가파른 금리 인상기에 이자 부담은 더욱 커졌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높아질 경우 전체 이자액은 1조9000억원, 1인당 평균 연이자는 60만원 불어났다. 특히 자영업자와 같은 다중 채무자라면 이자가 908만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빚 갚느라 지갑이 비다 보니 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물가 불안에 대한 경각심을 놓아서는 안 되지만 지금은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데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
정부는 경기가 하반기엔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론을 펴지만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선 해외 요인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로 고전하고 있는 수출기업들이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무역금융과 투자세액공제 확대 지원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돈 안 드는 규제개혁은 필수다. 한은이 경기회복에 동조할 때 더 성과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