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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중학교 앞까지 진출한 마약, 컨트롤타워가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마약 사건이 터지더니 마침내 벌건 대낮에 학원과 중학교 앞에서 마약음료를 나눠주는 일까지 벌어졌다. ‘마약 청정국’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데에 충격이 크다. 국민적 불안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6일 “검경은 수사역량을 총동원해 마약의 유통·판매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젊은 층 사이에선 인터넷과 SNS에서 마약을 쉽게 사고팔 수 있다는데 수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서울 강남 학원가 일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담긴 음료를 속여 마시게 한 이번 ‘필로폰 음료’ 사건은 마약과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결합돼 마약이 다양한 범죄로 진화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범죄 일당은 학생들이 바로 음료를 마시게 한 뒤 부모에게 전화해 협박하고 돈을 뜯어내려 했다. 인근 중학교 앞에서 하굣길 중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이 같은 일을 벌였다. 마약 유통과 범죄는 날로 진화하는데 마약 수사는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마약이 관리 가능한 임계치를 넘었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그동안 얼마나 단속을 안 했으면 마약값이 피자 한 판값 수준이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무엇보다 젊은 층 마약 투약이 늘고 있는 게 문제다. 전체 마약사범 가운데 10~20대 비율이 2017년 15.8%에서 2022년 34.2%로, 불과 5년 만에 2.4배 증가했다. 10대로 좁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5년 전 100명 수준이었던 10대 마약사범은 지난해 294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30대 이하로 넓히면 60% 가까이 된다. SNS와 가상화폐를 이용한 음성적인 거래시장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더 커지고 접근이 용이해진 탓이 크다. 실제로 검찰이 압수한 마약량이 6년 전보다 코카인은 3600배, 필로폰은 30배 가까이 늘었다.

‘마약과의 전쟁’이 필요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지만 마약범죄를 통제할 수 있는 기관이 없어 기관 간 협조와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2018년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 당시 마약청 신설이 추진됐지만 검찰개혁 추진 로드맵에 막혀 무산됐다. 대신 검찰과 경찰, 식약처, 관세청 등이 참여한 ‘범정부 합동 단속·점검 협의체’가 꾸려졌지만 마약 관련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제 기능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컨트롤타워 신설 논의와 함께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 연예인과 사회지도층 인사의 자제들이 구속이나 실형을 피하는 일이 잦다 보니 10대의 경각심이 흐려진다. 이미 ‘강 건너 불구경’하던 때는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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