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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중대재해 CEO 첫 유죄, 기업인 처벌이 능사돼선 안 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원청 경영주에게도 산업재해 책임을 묻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6일 건설회사 온유파트너스에 벌금 3000만원을, 회사 대표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유 3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월 법 시행 후 최고경영자(CEO)가 형사처벌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온유퍼트너스는 요양병원 공사를 수주한 뒤 공사 일부를 하청했고, 하청업체 근로자 1명이 공사현장 5층에서 추락해 숨졌다. 사고지점에는 안전난간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법원은 “회사가 안전대 부착, 작업계획서 작성 등 안전규칙상 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가 추락사했다”며 “피고인들이 업무상 의무 중 일부만 이행했더라면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건설노동자 사이에 만연한 안전난간 임의적 철거 등의 관행도 사망 사고 원인이 됐을 수 있다”며 “이 책임을 모두 피고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다소 가혹하다”고 했다. 또 유족에게 사과와 함께 위로금을 지불하고,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중대재해법 1호 판결에 대한 중압감에 처벌 수위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럼에도 노동계는 “솜방이이 처벌”이라 하고, 경영계는 “현장책임자보다 경영자를 더 무겁게 처벌하는 것은 가혹하다”며 맞선다. 법 시행 1년3개월이 지났지만 양측의 간극이 멀다.

중대재해법은 해마다 800명 이상이 산업재해로 숨지는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처벌 강화를 통해 산업안전 수준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작 산업재해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법 적용 대상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256명의 사망자가 발생, 법 시행 전인 2021년 248명보다 오히려 늘었다. 경영주나 기업 오너에 대한 징벌적 처벌이 능사가 아님을 말해준다. 대형 건설사들은 전국적으로 수백곳의 현장을 운영 중이고 하청관계도 복잡한데 현장안전 책임자도 아닌 최고경영자에게 관리 책임을 묻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현재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된 사건 14건 중 11건은 하청 근로자 사고에 대해 원청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에 대해선 전문경영인이 아니라 오너가 기소됐다. 한국에서 건설업을 하는 경영주는 교도소 담장 위을 걷는 심정일 것이다.

지난 1월 법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한 고용노동부는 오는 6월까지 처벌 요건 명확화 등 개선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법 적용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늘어나는 역설적 현상을 개선하려면 처벌보다 산업재해 예방 우수 사업장에 대한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엄벌 만능주의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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