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재정 적자가 깊어지면서 우리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수출이 6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며 무역적자가 3개월 만에 220억달러를 넘어 지난해 1년치의 절반까지 차올랐다. 세수도 1년 전보다 15조7000억원이나 감소해 이대로 가면 올해 20조원 이상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경기반등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한국경제가 좌초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수출이 계속 뒷걸음치고 있는 건 반도체와 대중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다. 1분기 반도체 수출액(205억6600만달러)이 지난해 같은 기간(343억300만달러)보다 40%나 급감한 게 치명적이다. 모바일, PC 등의 수요가 위축된 데다 D램 가격이 하락하면서 반도체 수출은 8개월째 감소세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져 올해 무역적자는 더 커질 전망이다. 반도체 비중이 높은 대중국 수출(-29.9%)이 영향을 받아 적자가 커졌다.
반도체 외에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철강 등 중간재 품목의 수출 급감도 우려스런 모습이다. 자동차와 2차전지 수출이 다소 적자분을 상쇄했지만 역부족이다. 한국의 최대 흑자국이었던 중국이 6개월째 적자를 기록한 데는 중간재 수출이 더 이상 경쟁력을 갖지 못한 탓도 있다. 자동차와 철강, 반도체 등 몇 개 수출 품목으로는 급성장하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피할 수 없다면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더 높은 수준의 기술 개발과 수출품목 개발, 인도·아세안·중동 등 수출 지역 다변화가 시급하다.
수출 악화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준 데다 세수 급감으로 나라살림은 더 걱정이다. 올 들어 2월까지 국세수입이 54조200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세수가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1월에 6조8000억원에 이어 감소분이 더 불어났다. 3월부터 연말까지 작년만큼 세수가 걷힌다 해도 20조 이상 펑크 난다. 정부는 국세수입 400조5000억원을 포함, 625조7000억원의 총수입을 가정해 올해 총지출 638조7000억원의 쓰임새를 이미 확정한 상태다. 복지 사각지대를 챙기되 알뜰 재정운용의 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2월 소매 판매 지수가 한 달 전보다 5.3% 증가한 것은 다행이다. 27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로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방한 관광객 증가가 견인했다. 서비스업 생산지수도 0.7% 반등, 소비가 꿈틀하는 모양새다. 마침 정부도 관광활성화를 내결고 내수진작책을 펴고 있어 그나마 경제 버팀목 역할이 기대된다. 경기반등을 이뤄낼 실효적 처방과 병행해 블록화 추세와 미중 패권경쟁 등 글로벌 환경 변화에 맞춘 근본적인 성장전략 재수립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