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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안보실장 전격 교체,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 공백 없어야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했던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9일 전격 사퇴했다. 정상외교 최대 이벤트인 미국 국빈방문이 한 달도 안 남은 상황에서 외교안보 총괄사령탑이 물러나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방미 조율 과정에서 중대한 실책을 범한 것이 배경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실장이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하고 윤 대통령이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사실상 경질로 봐야 한다.

여권에 따르면 이번 외교안보수장 교체는 윤 대통령이 지난 16, 17일 방일을 마친 뒤 지난주 중후반부터 검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 주최 국빈만찬에서 한류스타 블랙핑크와 미국의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협연 일정 조율에서 불거진 잡음은 이 같은 의중의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김 실장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해법과 관련해 속도조절론을 폈는데 이는 빠르게 승부를 보자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마찰을 빚었고 박진 외교부 장관과도 호흡이 맞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국 가수의 협연 보고 누락은 원래 기름이 부어져 있던 상황에 불이 붙은 성냥을 던진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얘기다. 김 실장 경질의 직접적 원인이 뭐든 국가의 안위를 다루는 외교안보라인이 사분오열돼 상대국과의 외교·협상에서 불협화음을 일으킨다면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인사 조치가 외교안보팀 내부의 결속을 다잡는 계기가 돼야 한다.

앞으로 두어 달은 대한민국 외교안보사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이벤트가 잇따라 펼쳐진다. 이달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4월 말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5월에는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및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북한은 한미일 결속을 좌시 않겠다는 듯 전술핵탄두 ‘화산-31’사진을 전격 공개하는 등 위협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만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할 공산이 크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외교안보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안보라인 혼란과 난맥상이 지속된다면 여간 큰일이 아니다.

조태용 주미대사가 국가안보실장으로 기용된 것은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외교부(1차관) 국가안보실(1차장),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국회의원을 두루 거친 외교안보 전략통인 데다 직전 주미대사여서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적격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우리 기업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백방으로 뛴 경력도 있다. 경제와 안보가 한몸이 된 시대니만큼 국익을 중심에 놓고 실용적 외교를 펼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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