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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뭉치’ CS, 이제는 ‘골칫거리’…시장에선 벌써 ‘왕따’ [홍길용의 화식열전]
각종 스캔들 이어 마이너스국채 손실 겹쳐
자산·대출·예금·수익 뒷걸음…고객도 이탈
부실화 되면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큰 부담
금융권 방화벽 구축과 구제대책 마련 중요
은행 중개기능 위축되면 자금경색 가능성↑
긴축 멈춰도 경기침체·안전선호 경계해야

금융 스캔들마다 이름을 올리던 ‘사고뭉치’ 크레디트스위스(CS)가 글로벌 경제의 ‘골칫거리’가 됐다. 시장에서도 이미 ‘왕따’다. 철저한 보안을 자랑하던 스위스은행 비밀계좌의 명성은 사라진 지 오래다.

개별은행의 문제라면 스위스 중앙은행의 유동성 지원으로 일단락될 수도 있지만 글로벌 은행시스템으로 파장이 확대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경제시스템에서 자금을 중개하는 은행에 문제가 생기면 자금 순환에 차질이 생기면서 경제 전반이 치명상을 입게 된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불러온 금융위기 수준의 위협이다. CS 사태가 또다른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진다고 단언하기는 이르지만 당분간 금융시장이 시련을 겪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CS는 지난해 경영실적은 영업수익 149억 스위스프랑(CHF), 순손실 73억 CHF다. 자산도 5314억 CHF로 전년대비 30% 가까이 줄었다. 정상적이라면 은행은 자산이 늘어야 하고 적자가 나면 안된다. 분명 CS는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지난해 예금은 무려 40.6%나 급감했다. 고객들이 떠나고 있다는 뜻이다. 자산이 줄더라도 부실이 적으면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부실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2014년 스위스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경기부양을 위해서다.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라는 뜻은 국채를 보유하면 이자수익을 얻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2015년부터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던 스위스 국채(10년 만기) 금리는 지난 해부터 플러스로 돌아선다. 국채를 보유하면 이자를 받게 되는 상황에서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국채를 장부상 보유하고 있다면 손실이 발생한다.

금리 상승으로 보유 국채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해도 대출을 늘려 이자를 받게 되면 큰 문제가 없다. CS의 지난해 말 대출 자산은 2642억 CHF로 전년대비 오히려 9.4% 줄었다. 같은 스위스 은행인 UBS도 예금과 대출이 줄었지만 감소폭이 3.5%, 2%에 그쳤다. 고객들이 외면하면서 돈 벌이는 어려워지는 데 가진 재산은 계속 가치가 하락하는 악순환인 셈이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은행에서는 보기 힘든 큰 폭의 자산 감소와 고객이탈, 연속 적자가 CS에 나타나고 있다.

반전을 위해서는 자본을 확충해 손실을 메워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SNB)가 추가 출자를 사실상 거부했다. 최대주주가 외면한 마당에 다른 주주들이 선뜻 자본을 더 댈리 없다. 결국 CS는 15일 스위스 중앙은행에 긴급 구조요청을 했다. 중앙은행이 나섰지만 유동성 위기에 대한 대비일 뿐 CS의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하기는 어렵다.

관건은 CS의 문제가 은행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될 지 여부다. 시장은 그 위험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CS의 신용부도스와프(CDS)는 15일 835.9bp(베이시스포인트·1bp=0.01%p)까지 치솟았다. UBS그룹의 18배, 도이치뱅크의 9배 수준으로 사실상 위기라는 진단이 내려진 셈이다. BNP파리바를 비롯한 글로벌 은행들은 돈이 떼일 수 있다는 염려에 CS와 관련된 거래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는 서브프라임모기지채권 부실을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 다른 글로벌 은행들도 비슷한 상품을 많이 취급했지만 리먼브라더스 보다는 선제적으로 위험관리에 나선 덕분에 부도를 면할 수 있었다.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가 곧 회사와 경영진의 역량이다. 이런 점에서 CS는 시장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최근에는 회계부문의 오류까지 드러났다.

CS는 2020년 독일 와이어카드(wirecard) 전환사채(CB)를 고객에 팔아 논란이 됐다. 와이어카드에서 거액의 회계부정이 드러나면서 고객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CS는 영국 그린실(Greensill)캐피탈의 역(逆) 팩토링(factoring) 금융에 판매하는 펀드를 대거 판매했다. 그린실 역시 부실화됐고 CS0를 통해 펀드에 투자했던 이들만 피해를 봤다. CS는 수수료만 챙기고 위험은 고객에 떠넘긴 사례다.

2021년에는 아케고스캐피탈(Archegos Capital) 사태로 CS가 엄청난 손실을 입는다. 아케고스가 다른 곳에서도 대규모 차입을 한 사실을 모른 채 돈을 빌려줬다 떼인 것이다. 이후 CS는 최고위험책임자(CRO)가 돈 벌이를 위해 내부 경고를 무시하고, 감시체계를 스스로 해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CS 경영진이 대거 교체됐지만 이전 고객들은 계속 떠나고 있다.

CS는 자산만 750조원에 달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규모다.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CS 관련 자산과 거래가 광범위하게 깔려있다는 뜻이다. 문제가 심각해지면 다른 금융회사들도 타격을 입게 된다. 은행이 위협을 느끼면 자금 공급을 줄이게 된다. 경제 주체들도 투자를 줄이고 단기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게 된다. 자금시장 경색과 경기침체다. CS의 부실에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방화벽을 구축하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미국과 유럽의 긴축에는 제동이 걸리겠지만 호재는 아니다. 위험자산을 기피하고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되면 주식시장에는 오히려 악재일 수 있다. 경기침체가 오면 수출이 주력인 우리 기업들도 타격을 입게 된다. 또 회원국간 이해가 엇갈리는 유럽중앙은행(ECB) 보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위기상황에는 대응이 쉽다. CS로 유로존에 위기가 오면 상대적으로 미국 달러가 강세가 돼 원화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이는 우리에게는 물가 부담이고, 외국인 자금 이탈의 빌미도 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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