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마련한 가덕도 신공항 밑그림이 나왔다. 공사기간을 5년 줄여 2029년 12월 조기 개항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개최에 공항 개항시기를 맞춰 세계 공항 건설사에 유례 없는 초고속 공사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건설공법과 공항 배치 등을 바꾸면 가능하다는 것인데 불안감을 감추기 어렵다.
안전에 이상이 없다면 공사기간을 줄이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토부가 지난해 6월 내놓은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는 완공에 9년8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불과 9개월 만에 공사 방식 등의 변경 정도로 공사기간을 절반가량 줄일 수 있다는 다른 결론이 나온 셈이다. 가령 여객터미널과 활주로 등 모든 시설물을 바다 위에 배치하려던 것을 육상과 바다에 걸치게 하고, 발주 방식도 통합 발주(턴키)로 변경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사전 타당성 조사 때 왜 이런 방식을 제시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설계 보상 등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안전이다. 수백명이 탑승한 비행기가 쉴 새 없이 뜨고 내리는 공항은 안전이 먼저다. 그렇지 않아도 가덕도 인근은 수심이 30m에 이르고 풍랑이 강해 공항 건설이 적절한지 이전에도 논란이 많았다. 지반도 부실해 구조물 부분 침하로 매립식 공사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곳이다. 안전을 꼼꼼히 확인해가며 공사를 하다 보면 공기는 오히려 늘어날 공산이 큰데 이걸 절반으로 줄이겠다니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부산엑스포를 염두에 뒀다고 하나 가덕도 신공항은 처음부터 무리한 사업이었다. 경제성만 해도 기준치(1)를 훨씬 밑도는 절반 안팎 수준이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안전성과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다. 그런데도 지난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특별법을 재정해 사업을 확정했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의 결과물이다. 가덕도신공항뿐이 아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지방 공항사업이 또 고개를 들고 있다. 여야가 이미 TK신공항특별법과 광주군공항이전특별법을 동시 추진하기로 했고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 제2공항 건설도 추진이 결정됐다. 지방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인데 공항만 우후죽순 들어설 판이다.
건설이 확정된 가덕도 신공항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공기에 쫓겨 무리하지 말라는 것이다. 엑스포 때 필요하다면 인근 김해공항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신공항 건설 등 대형 국책사업이 더는 정치논리에 휘말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