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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신냉전 시대’ 전환기, 국가안보와 포용력

작금의 국제질서와 패권경쟁을 표현하는 ‘신냉전’이라는 용어가 익숙해져 가고 있다. ‘구냉전’의 종결은 1989년 미·소 정상의 종식 선언으로 가늠된다. 학자들에 의해 이후 시기는 ‘탈냉전’으로 명명된다. 새로운 러시아와 미국 간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의 협력, 나아가 핵 군축과 우주정거장 등 다양한 협력이 추구됐다. 중국은 국내외 경제성장과 발전, 국제적 규범과 질서참여 등 이전과 다른 양상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2010년대 초반까지 미-중 간 무역분쟁이나 미-러 간 국제질서를 둘러싼 이견이 있더라도 파국과 심각성은 예견되지 않는 듯 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일갈한 ‘역사의 종언’이었다.

그러나 세계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전략경쟁을 공개적으로 벌이고,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에 이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세계 질서의 한 축을 흔들어 놓았다.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서에서 강대국 간 경쟁 본격화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대 및 이란 핵개발 시도 등 안보 위협을 명시하면서 탈냉전 시대의 종언으로 평가될 만한 새로운 인도·태평양전략과 동맹 강화 추구를 제시했다. 미-중 전략경쟁에 더해 미국 및 서방과 러시아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는 등 ‘역사의 종언의 종언’이다.

미국은 한미일 삼각 공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쿼드 등 중국을 견제 및 고립화하기 위해 ‘민주주의 진영’을 구축하려 하며, 민주주의가 아니더라도 ‘질서’에 협력하는 국가까지 포함하려 한다. 중국도 러시아·북한과 밀착하면서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인도·태평양 지역까지 긴장을 확산하는 등 진영 간 갈등과 경쟁구도가 갈수록 두드러진다.

국제질서는 늘 변화한다. 국제정치에 있어서 유일하게 인정할 만한 진리이자 명제이다. 기존 질서의 변화와 대응 관점에서 또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가치와 지향점에 따라 특정 국가에는 보다 심각한 안보위기로 다가오기도 한다. 따라서 국가안보 측면에서 국제질서 변화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대응을 위한 다양한 시각과 해법의 수용 및 포용력이 더욱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필자의 소견으로 몇 가지 측면에서 구냉전, 탈냉전과 신냉전은 차이가 있다. 첫째, 탈냉전 시대의 주요한 기조였을 효율성 사고는 가장 싸고 쉬운 공급망보다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공급망 같이 신뢰성과 안정성이 더 중요한 가치다. 이는 외교, 군사, 환경,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추구된다. 확실하고 신뢰할 만한 핵우산 제공에 대한 요구와 열망, 안정적인 반도체 또는 희토류 공급 등이 예다. 둘째, 많은 이가 신냉전을 논의하지만 구체적인 모습을 알지 못하거나 그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는 국제 역학관계의 특징으로부터 비롯된다. 신냉전 시대에는 다양한 요인의 복합적·다층적 상호작용에 의한 불확실성과 비예측성 정도가 훨씬 더 크다.

정리해보자. 국가안보를 위한 대응 방식에서 폭 넓은 시각의 수용과 유연성이 요구되고, 배타적 공격적 관점이 아닌 존중과 신뢰가 더 빛을 발해야 한다.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에서도 외교와 억지 수단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요구된다. 외교 수단보다 억지력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이 적절한지 고민이 필요하다. 안보 확보 노력이 상대를 자극해 지속적으로 경쟁을 유발하는 안보딜레마에 대한 우려다.

미-중 패권경쟁 속 선택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의 선택이 어떠하든 양측의 시각에 대한 동등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한국만의 원칙과 가치를 설정하고, 높아진 한국의 군사적·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확고한 입장표명이 필요하다는 선 굵은 주장도 타당하다. 그러나 안보 문제에서 바탕으로 해야 할 것은 다양성에 대한 열린 논의와 수용성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안석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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