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SM을 인수한다면?’(조회 수 51만회)
유튜브에 2월 8일 업로드된 영상 제목이다. 하이브 레이블에 소속된 르세라핌과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SM)의 에스파 노래를 섞어 편곡해 올렸다. 당시만 해도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하이브와 손잡을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으니, 해당 제목은 팬의 재미있는 상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겨우 이틀 뒤 하이브가 에스엠 경영권 분쟁에 참전했다. 하이브는 10일 이 전 총괄의 지분을 매입하고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영상제작자는 “이거 만들 시간에 주식 샀어야 했는데”라는 우스갯소리를, 사람들은 “이게 정말로 현실이 됐네”같은 댓글을 달았다. 지난 한 달은 막연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시간이었다.
에스엠 경영권 분쟁은 예측 불가능한 일의 연속이었다. 카카오와 에스엠 현 경영진의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계약에서 시작한 사건은 하이브의 참전과 이 전 총괄의 가처분 신청, 두 차례의 공개매수, 금감원의 개입까지 이어졌다. 사건의 마지막마저 예측 불가였다. 에스엠 주가는 하이브의 대항 공개매수를 기대하며 끓어올랐지만 주말 사이 하이브와 카카오는 합의를 이뤘다. 에스엠 주가는 13일 단 하루 만에 23.48% 떨어졌다.
예측 불가능해 흥미진진했지만 재미만 있는 사건은 아니었다. 엔터업계의 후진적인 지배구조와 행동주의펀드의 명암 등 생각해볼 여지를 남겼다. 이 전 총괄은 K-팝 세계화를 이끈 주역이었지만 회사의 이익을 독점한 인물이기도 했다. 2000년 상장한 에스엠은 지난해 처음 배당을 실시했는데 이 전 총괄의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은 2021년 한 해에만 영업이익의 3분의 1을 인세로 받아갔다.
한 치 앞을 모르던 드라마는 문제를 표면화하며 여러 수확을 남겼다. 에스엠은 ‘주가 36만원 달성’ ‘최소 당기순이익 30% 이상 주주환원’ 등의 주주환원을 제시했다.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역시 조기 종료됐다. 이제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예측 불가능성이 만들어낸 수확을 구체화할 시간이 왔다. 에스엠은 31일 주총을 앞두고 있다. 주주와의 약속을 확실시하는 가운데 자사주 매입뿐만 아니라 소각 의지까지 보여준다면 기대 이상의 결말이 다시 한 번 쓰일지도 모른다.
또 하나의 드라마가 열릴 실마리도 생겨났다. 바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이다. 에스엠 인수는 카카오엔터가 상장 시 2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평가돼왔고, 이제 카카오엔터의 상장이 가시화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IPO(기업공개)가 가장 유력한 방법으로 꼽히지만 우회상장이나 해외 상장 등의 선택지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문어발식 상장에 주가하락을 견뎌온 주주들은 해당 소식에 반발하고 있다. 주주와의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엠 인수전의 후속작이다. 예상치 못한 인수전에서 승리를 거둔 카카오가 이번에는 어떤 묘안을 내놓을지 또 한 번 관심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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