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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강제 징용 해법 결단한 尹 방일, 日도 상응한 조치 내놔야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6~17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우리 국가원수의 방일은 지난 2019년 문재인 대통령 이후 4년 만이다. 하지만 그건 양국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에서 G20 정상회의 참석차 오사카를 찾은 요식행위였다. 제대로 된 방일과 정상회담으로는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이 도쿄를 방문해 노다 요시히코 총리를 만난 이후 12년 만이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 이웃한 두 나라가 이처럼 오랜 세월을 담 쌓고 지낸 것은 분명 비정상이다. 북한의 핵도발에 공동 대응해야 할 입장에선 더욱 그렇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일 관계 정상화에 획기적 전환을 이뤄 양국 모두 개선과 발전으로 나가는 이정표가 돼야 하는 이유다.

그간 한일 관계 경색의 원인은 어느 한쪽의 잘잘못을 따지기 어렵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등 일제치하의 상처들이야 원인이 분명하다. 하지만 1998년 김대중·오부치 두 정상의 미래지향적 합의로 마무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 그 후 생겨난 일들은 국수주의 민족주의로 포장된 자해성 보복들의 되풀이일 뿐이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일본이 반도체 주요 부품 수출 금지 조치로 되받고 우리가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로 맞대응하는 식이다.

속절없이 상처에 소금만 뿌려댈 수는 없는 일이다.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윤 대통령이다. 국내 여론 악화를 무릅쓰고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을 제시했다. 지난 6일에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WTO 제소도 일시 중지했다.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인 자세는 보일 만큼 보였다. 일본만을 위한 해결 방식, 외교 성과에 급급한 고육책이란 국내 여론의 악화를 무릅쓰고 실천한 해법이고 조치다.

일본도 모를 리 없다. 이쯤 되면 그에 걸맞은 대응을 해주는 게 국제 관례이자 예의다. 하지만 일본은 윤 대통령의 방일을 국빈방문은커녕 공식 방문도 아닌 실무 방문으로 발표했다. “3자 배상안을 내놓았으니 초청해준다”는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심지어 “한국이 지소미아 정상화 방침을 표시할 것”이라고 언론에 미리 흘리기도 했다. 옹졸하기 짝이 없는 태도다.

이제라도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 수출 규제 조치의 해제, 전범 기업의 기금 참여 등의 실질적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 김대중·오부치 선언(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에 준하는 공동 선언이 나오면 더욱 좋다. 피해자가 손을 내미는데 가해자가 고개를 젖혀서는 과거사 극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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