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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국민연금 특단대책, 외압 없애고 운용팀 서울 이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공적 연기금의 수익률 제고는 대통령이 지시한다고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특단의 대책’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그럴만도 한다.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은 -8.22%에 평가손실액은 무려 79조6000억원이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 출범 이후 최악이다. 그 바람에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 80조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보다도 낮다.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침체한 탓이 크다지만 그 정도는 심하다.

물론 연기금은 장기적인 투자 성과와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만큼 단기 실적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 그런데 이 역시 상대적으로 저조하다. 5년 수익률(2014~2018년)의 경우 4.2%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캐나다(10.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채권 위주로 극도의 보수적 운용을 하고 있는 일본(4.4%)에도 뒤처진다. 최근 10년 수익률 평균도 4%대에 그쳐 글로벌 연기금 중 최저 수준이다.

이대로 가면 오는 2055년에는 국민연금 적립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급격히 빨라지면서 그 시기는 훨씬 당겨질 수도 있다. 더 내고 덜 받는 개혁만으로는 이를 저지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통상 운용 수익률 1%를 올리면 소진시점을 8년가량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라더라도 기금 수익률을 높일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당장 화급한 것은 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이다. 2016년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이후 인력 이탈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기금운용본부 운용직 인력은 정원(380명)의 84%에 불과하다. 인력을 충원하려 해도 자녀교육 등을 이유로 전주까지 내려오길 꺼린다. 자본시장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투자 동향과 정보 수집도 쉽지 않다. 막대한 성과급을 받는 민간 자산운용사에 비해 낮은 처우도 문제지만 지리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유능한 운용인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정치적 입김을 배제해야 한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저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기금운용위원회부터 독립된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노후를 보살피는 데에 정파적 이해가 있을 수 없다. 국회 절대 의석을 쥐고 있는 야당도 ‘특단의 대책’ 마련에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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