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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스엠 운명 가를 다른 시선…‘배아픈 자’와 ‘배고픈 자’ [홍길용의 화식열전]
하이브 공개매수 마지막날 카카오 지분 매입
1200억 동원 105만주…시세조종 논란일듯
조사·처벌에 장시간 소요…승부 영향 제한적

주총 더 중요…이사 선임되면 해임은 어려워
위임장 확보 위해 공개매수경쟁 불 붙을수도
하이브 BTS 쏠림 해소 절실…반격 가능성 커

에스엠 공방전이 3라운드에 돌입했다. 1라운드는 카카오를 상대로 한 에스엠의 3자 배정증자 시도였다. 2라운드는 하이브의 에스엠 지분매입과 3자 배정 증자 취소 가처분 소송이었다. 1라운드는 법원에 의해 신주발행이 금지되면서 하이브가 판정승을 거뒀다. 2라운드는 하이브가 공개매수한 지분이 발행주식의 1%미만에 그치면서 카카오가 이긴 셈이 됐다. 한번씩 상대의 시도를 저지한 셈이다.

▶카카오 반격, 하이브 재반격 할듯=7일 카카오는 26일까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왕 함께 주당 15만원에 에스엠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833만주까지 매입해 에스엠 지분 35%를 확보할 계획이다. 투입자금은 최대 1조2516억원이다.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하이브가 확보한 지분율 19.43%를 넘어서게 된다. 하이브도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관측된다.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군입대로 포트폴리오 다양화가 절실한 하이브 입장에서 에스엠은 포기할 수 없는 반전 카드이다.

하이브는 에스엠 지분 19.43%를 확보하는 데 4500억 남짓을 썼다. 당초 목표했던 지분율 40%를 확보하려면 약 500만주를 사야한다. 1주당 16만원에 대항공개매수를 한다면 8000억원이 필요하다. 6800억원 가량은 이미 준비됐다. 1200억원 정도만 추가로 만들면 된다.

▶하이브 공개매수 때 카카오 지분매수…시세조종(?)=카카오는 7일 에스엠 공개매수신고서를 제출하면서 2월 28일부터 3월 3일까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116만7400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고 공개했다. 에스엠 발행주식수의 4.91%다. 카카오 측이 투입한 자금은 1443억원에 달한다.

가장 많은 매수가 이뤄졌던 2월 28일 평균매수가격은 1주당 12만3116원이다. 이날 에스엠 주가는 12만1200원에 거래를 시작해 장중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하회 11만8700원까지 하락했었다. 이날 카카오 측이 매수한 주식은 105만주 이상이다. 이날 에스엠 거래량이 348만주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날 거래량의 상당 부분이 카카오와 관련이다.

자본시장법 176조 3항은 누구든지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시세를 고정시키거나 안정시킬 목적으로 그 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에 관한 일련의 매매 또는 그 위탁이나 수탁을 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다.

에스엠 주주는 2일까지 공개매수에 응할 지 말 지를 결정할 수 있었는데 그 판단에 영향을 줄 수도 있었던 셈이다. 하이브는 지난 2일 종료된 공개매수 기간 동안 주가 발행주식수의 1% 남짓한 물량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하이브는 지난 달 16일 IBK투자증권 분당지점을 통해 기타법인이 에스엠 주식이 대규모로 매입한 데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대해 금감원은 “공개매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행위가 있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면서 “신속하게 조사에 착수하여 엄정하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세조종 여부 조사와 이에따른 처벌 여부가 확정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그 전에 승부가 날 양측의 지분 경쟁에 영향을 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공개매수 보다 더 중요한 31일 주총=31일 에스엠 정기주총에서는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된다. 이사 선임은 과반 이상 주주의 출석과 출석주주 과반 찬성으로 가능하다. 이사 해임은 주총 특별결의 요건(출석주주 2/3, 발행주식 1/3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최소 과반 이상 지분을 갖지 못하면 이사회를 흔들기 어렵다. 일단 주총에서 승리하는 쪽을 상대방이 힘으로 몰아내기는 어렵다.

이번 주총 의결권 기준인 주주명부폐쇄일은 지난 연말이다. 하이브는 기존 주주에게 주식을 매입해 20% 이상의 의결권을 이미 확보했다. 카카오는 26일까지 공개매수로 주식을 확보해도 의결권은 없다.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8.96%), KB자산운용(5.12%) 등 기관과 당시 소액주주의 지지가 중요하다.

그 동안 주식을 팔았다면 카카오의 이번 공개매수가 반가울 리 없다. 차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해서다. 한마디로 ‘배아픈 자’다. 계속 주식을 보유했다면 주가 추가 상승을 위해 경영권 다툼이 좀 더 지속되는 게 나을 수 있다. 줄이면 ‘배고픈 자’다.

하이브가 대항공개매수에 나서거나 이에 맞서 카카오가 공개매수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 배 아픈 자에게는 재매수의 기회를, 배 고픈 자에게는 추가 차익의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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