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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이제야 제대로 뛰게 된 로봇산업

화끈하다. 이제껏 보지 못한 수준이다. 2일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발표된 정부의 관계부처 합동 ‘첨단로봇 규제혁신 방안’이 그렇다.

이날 발표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건 광범위한 내용이다. 생색내기식 찔끔 규제 완화를 넘어선다.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4대 핵심 분야 51개 과제에는 그동안 로봇·모빌리티 개발자들이 그토록 주장해온 핵심 걸림돌들이 거의 대부분 거론됐다. 그동안 자율주행 로봇의 제자리 걸음은 도로교통법 때문이었다. 자동차로 분류되다 보니 로봇인데 운전자가 동승(동행)해야 했다. 게다가 개인정보보호법에 묶여 안전주행을 위해 저장한 영상을 모두 삭제해야 했다. 개인 얼굴과 자동차번호판이 찍히면 모두 불법이기 때문이다. 사전에 동의를 구하면 된다지만 하나 마나 한 소리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학습하고 축적하지 못하는 영상은 무용지물이다. 실제 배달에 활용될 만한 연구개발까지 나가지 못한 이유다.

정부는 연내 지능형 로봇법에 실외 이동로봇의 정의와 안전성 기준을 신설하고, 로봇의 보행자 통로 통행을 허용하도록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택배 및 소화물 배송대행 운송 수단에도 로봇이 추가된다. 사전 고지와 안전조치를 하면 불특정 다수의 개별 동의 없이 촬영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보호법도 고친다. 공원 내 출입 가능한 동력장치 무게 제한(30kg 미만)도 완화하고 광고판 설치도 가능하도록 하기로 했다. 제도 보완 기한은 길어도 내년까지라고 하니 개발업체들의 실용화 과정을 고려하면 충분하다. 이 같은 획기적 수준의 규제개혁이 가능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부처별 칸막이를 없애고 머리를 맞댄 결과다. 애초부터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화끈한 ‘철밥통’ 버리기 없이 산업통상자원부 혼자 될 일이 아니었다. 사실 그 효과는 거의 전 부처에 미친다. 순찰로봇과 재난안전로봇은 행정안전부 좋은 일이고, 기름을 제거하는 수중청소로봇은 환경부가 환영할 일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좋아할 농업로봇과 보건복지부가 관리할 재활로봇은 또 얼마나 쏟아질 것인가.

정부는 로봇업계 및 수요기업에서 규제 해당 여부가 모호하다는 얘기가 아예 나오지 않도록 사례별로 관계부처 유권해석을 담은 ‘로봇 규제혁신 사례집’을 올해 안에 제작·배포할 계획이다. 다음달에는 가칭 ‘첨단로봇 산업전략 1.0’이란 이름으로 대대적 지원방안도 내놓기로 했다. 모름지기 규제 완화란 이쯤은 돼야 한다. 그래야 개혁이니 혁파니 이름 붙여도 꼴사납지 않다.

이제 공은 기업에 넘어왔다. 아무리 화끈해도 규제 완화는 족쇄를 풀어준 것일 뿐이다. 날개 달고 날아오르는 건 기업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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