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조를 대변하는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확정됐다. 정부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통한 에너지안보 확보를 최우선과제로 설정하고, 경제성은 물론 환경성과 안전성 등까지 함께 고려한 장기 ‘전원믹스(電源 Mix)’를 제시했다. 전원믹스는 전체 전력생산에서 화석연료, 원자력 등 비재생에너지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특히 이번에 발표한 기본계획 중 분산형 전원 확대는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 문제 완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 불균형 정도는 심각한 상황이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전력 수요시설 건설이 전망됨에 따라 막대한 전력계통망 투자비 문제 등 여러 측면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2036년까지 분산형 전원의 발전 비중을 총 발전량의 23%로 설정하고, 분산형 전원 활성화를 위한 세부 방안을 제시했다. 이때 분산형 전원 확대는 경제성에 더해 공간활용성 및 친환경성 등을 고려할 때 소규모 연료전지 중심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소규모 연료전지는 태양광과 풍력 등 다른 재생에너지 발전원과 달리 자연환경과 무관하게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고 설치면적도 매우 작아 전력 수요가 큰 도심에 설치가 용이하다. 또한 전력 공급 측면에서 송배전선로의 추가 설치 이슈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따라서 올 상반기 도입 예정인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에는 소규모 분산형 연료전지 확대를 위한 정책적·제도적 지원방안이 담겨져야 한다. 특히 소규모 발전사업자를 위한 전용 입찰시장 개설은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로 인해 소규모 발전사업자에 비해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비용경쟁력 측면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통합 입찰시장으로의 운영은 소규모 분산전원 보유자의 시장 참여 및 관련 기업들의 투자 의향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RPS 고정가격 입찰제도’의 경우 입찰시장을 세분화해 소규모 태양광발전시설을 장려하고 있다. 물론 혹자는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이유로 대규모 발전시설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소규모 발전시설의 경우 시장이 성숙해짐에 따라 비용 하락률이 높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소규모와 대규모 시설의 RPS 고정가격계약 경쟁 입찰 낙찰 평균가 차이(‘22년 기준, 3% 미만)는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한편 미국과 호주의 경우에도 1㎿ 이하 소규모 분산형 전원 확대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수소발전 입찰시장이 세분화될 경우 특정 제조사 및 발전사의 시장 독점을 회피함으로써 지속적인 경쟁 촉진 유도를 통한 사회적 효용 제고가 가능해진다. 또한 수요지의 전력 자립율 제고, 송배전망 건설로 인한 사회적 비용 감축 등 분산 발전의 편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최근 관련 설명회에서 정부는 가격지표 이외에 비가격지표를 통해 소규모 분산형 전원에 가점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불확실성 해소에는 부족한 실정이다. 소규모 분산형 연료전지 확대를 위한 필수 선결조건은 제도의 구체화·명료화를 통한 기업의 투자 불확실성 해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정훈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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