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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분양가로 본 집값 바닥론

“새 아파트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 시세와 비슷하거나 싸졌다는 건 기존 아파트는 앞으로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봐야죠.”

최근 만난 한 대형 건설사 분양담당 임원은 집값 바닥을 판단하는 기준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아파트분양가는 입주시기인 2~3년 후 집값을 보여주는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고 했다. 주택 수요자가 2~3년 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현재 분양가가 높더라도 감수하고 분양을 받지만 그렇지 않다면 쳐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늘어나는 미분양단지의 특징이 대부분 고분양가 논란이 있다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게 뻔한데 누가 분양을 받겠냐는 것이다. 최근 7만가구까지 급증한 미분양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이렇게 되면 건설사들은 결국 분양가를 계속 낮출 수밖에 없다. 예컨대 최근 전국에서 유일하게 활기를 띠고 있는 부산 아파트분양시장에서 전용 85㎡ 초과~102㎡ 이하 새 아파트 분양가는 올 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3%나 하락했다.

팔리기 시작한 분양가는 구축 아파트 가격의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 가격은 구축 아파트 가격의 기준으로도 여겨진다. 주택시장 침체기엔 구축 아파트 가격은 새 아파트를 넘지 않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이 뜨거울 땐 새 아파트와 구축 아파트의 가격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한 곳이 오르면 주변은 웬만하면 덩달아 뛴다. 하지만 주택시장 침체기에 접어들면 새 아파트와 구축 아파트는 비로소 차이를 보이기 시작한다.

주택 수요자가 집을 구할 때 특정 지역의 구축 아파트와 새 아파트 가격이 비슷하다면 당연히 새 아파트를 선택한다. 수요가 많으면 그만큼 가격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특히 거래량이 많지 않은 요즘 주택 수요자는 가급적 구축보다는 신축을 선택할 확률이 더 크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은 ‘집값 바닥’을 점칠 때 좋은 수단이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분양가를 그 지역 주택 가격의 상한선으로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집값 바닥 논란이 한창인 요즘 염두에 둘 만한 대목이다. 부산처럼 특정 지역에서 분양이 잘 된다는 건 분양가가 비로소 그 지역 주택 수요자가 받아들일 수준이 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최근 분양하는 단지가 주변 시세 수준이거나 그보다 싸다는 건 구축 아파트 가격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신축과 구축의 가격 차이는 얼마나 날까. 일반적으로 새 아파트와 헌 아파트 가격 차이는 20% 정도는 난다고 한다. 토지 가치는 변화 없다고 보고 건축물의 수명을 50년으로 해 매년 2%씩 감가상각한다고 계산하면 새 아파트와 10년 이상 지난 아파트는 15~20%정도 가격 차이가 난다.

요즘 거래량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집값 바닥론이 확산되고 있긴 하지만 분양가 흐름을 보면 여전히 집값 하락은 계속 될 수밖에 없는 건 이 때문이다. 부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분양가는 아직 주택 수요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고 미분양은 증가하고 있다. 신축보다 낮은 가격을 형성할 수밖에 없는 구축 아파트 가격은 그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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