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매매가 급락과 함께 전셋값 급락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아파트의 작년 한 해 동안 하락폭은 22%에 달했고 전국은 17% 하락했다. 전셋값도 시세 기반 부동산원 지수를 보면 서울 아파트 14%, 전국 아파트 12% 하락이다. 시세 기반 지수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하락폭은 더 컸을 것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전국적인 매매가와 전셋값의 동반 급락이다. 매매가와 전세값의 동반 급락은 빌라시장에서 전세 사기 문제로 불거졌고 아파트시장의 역전세난이 현실화됐다. 더 나아가 깡통전세의 문제가 우려된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기에 ‘듣보잡’의 시장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일까 고민이 깊어진다. 국제적 금리 급등의 영향이 왜 국내 주택시장만 우선적으로 강타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근본적 원인은 국내 주택시장에 쌓인 레버리지 구조가 심화한 데에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시점부터 2021년까지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300조원에서 800조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에 그동안 미미했던 전세대출은 20조원 미만에서 180조원으로 급증했다. 비제도권 부채인 전월세 보증금 총액은 추정이 쉽지 않으나 해당 기간 아파트 중위 전셋값이 2배 정도 오른 것을 고려하면 심각한 급증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과적으로 주택시장에 얹혀진 제도권·비제도권 레버리지가 모두 급증했고, 전세대출의 경우 제도권 레버리지로 비제도권 레버리지를 떠받치는 바람직하지 않은 레버리지 확대의 고리가 형성됐다.
문제는 주택시장에 과도하게 확대된 레버리지를 주로 활용한 주체들이 자산에 여유가 없는 계층, 특히 청년층이라는 점이다. 주거소비를 조정하는 주거이동의 연쇄 고리는 새로운 가구의 분가로 마감된다. 어떤 이유로든 1인 가구 등의 분가 현상이 위축되면 연결되는 주거소비 조정이 어려워져 전반적 수요 위축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고민 중에 수요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찾아본 주민등록 세대 수 통계가 충격으로 다가왔다. 2018~2020년 연간 25만~30만가구씩 늘던 수도권에서 2021년 20만가구를 거쳐 2022년에는 12만가구 증가로 급감했다. 주민등록 세대 수는 잡음이 내포될 수 있는 통계라 한계가 있지만 올해 중반 발표될 인구주택총조사 가구 수 통계로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구 수 증가는 주택 수요를 결정짓는 외생적 요인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2015년 이후 2021년까지 수도권에서 발생한 통계청의 2017년 장래가구추계(60만가구 증가)를 2배 이상 웃도는 가구 수 증가(140만가구 증가)는 주택 공급 확대나 정책적 선택의 내생적 결과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적지 않았다.
가구 수 증가의 특성을 들여다보면 2016년~2017년 2년간 5만가구 증가에 불과했던 2030세대 1인가구가 2020년~2021년 2년간 무려 25만가구 증가했다. 특히 2030세대 1인 가구 급증은 다주택자 규제의 부작용 중 하나인 증여 급증, 정책적 지원 대상이었던 2030세대의 영끌 및 저리의 전세대출 확대 결과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속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는 이해가 필요했다.
문제는 시장 개입을 통해 왜곡된 신호에 반응한 장래가구추계를 크게 웃도는 가구수 증가로 떠받쳐지던 주택 가격 급등 현상을 확고한 주택 수요 증가 현상으로 오인하고 여러 정책적 선택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가장 많은 고민이 필요한 정책이 270만가구 공급계획이다. 해당 공급목표의 많은 부분이 민간 역량 기반 방향성을 갖고 있어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 아직은 어떤 선택보다는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영향과 장래 수요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 가지 참고할 건 저금리와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시장이 왜곡되기 이전 시장은 서울만의 독주였다. 총량적 고민도 필요하지만 결국은 외연적 확산보다는 시민이 선호하는 입지에 집중된 공급 정책의 보완이 요구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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