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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회계장부 제출 조직적 불응 양대 노총, 감출 게 많은가

정부가 노동조합에 회계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5곳 중 3곳 이상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올해 업무계획에서 노동조합 회계투명성을 노동개혁의 주요 과제로 삼았다. 이에 따라 조합원 수 1000명 이상의 단위노조와 연합 334개에 대해 지난 15일까지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기간도 2주간이나 줬다. 그런데 자료를 제출한 노조는 120개로, 전체의 36.7%에 불과했다. 나머지 60%가 넘는 207개 노조는 제대로 된 자료를 보내지 않은 것이다. 달랑 표지만 보낸 곳이 153곳이고 아예 무시한 곳도 54개나 된다.

이 정도면 미비나 지연이 아니라 조직적 거부라고 봐야 한다. 실제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노동부의 자료 제출 요구에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며 반발해왔다. 향후 노조 회계투명성 제고작업이 얼마나 험난한 과정을 거치게 될지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사실 이번에 노동부가 요구한 자료는 방대한 양도 아니다. 불과 자율점검결과서와 겉표지 1쪽, 속지 1쪽뿐이다. 일단 법으로 규정된 3년간의 서류 비치·보존 의무만이라도 제대로 이행하는지만 점검하는 것이다. 내용은 아직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시작부터 파행이다.

고용부는 미제출 노조에 대해 오는 17일부터 2주간 재차 자료를 요구하고 그래도 별다른 소명이 없을 경우 현장조사와 함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대 500만원에 불과한 과태료가 거대 노조에 부담이나 구속력으로 작용할지 의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회계투명성이다. 노동계는 민간단체의 재정을 정부가 통제하고 노동운동을 탄압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한다. 하지만 오늘날 투명한 노조 회계에 대한 요구는 그만큼 운영 비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자체 감사로, 외부 어느 곳의 감시도 받지 않으니 조합비를 수억원씩 빼돌렸다가 구속된 인사가 한둘이 아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양대 노총의 회계가 “동네 친목모임보다도 못한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다. 오죽하면 국민의 85%가 찬성하는 정책이고 국회에 노조 ‘깜깜이 회계방지법’이 발의됐겠는가.

게다가 노조는 회사뿐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받는다. 해마다 수백억원이다. 노조회비에 대한 세액공제도 해준다. 세제 혜택을 받는 곳은 재정의 공개가 원칙이다. 세법의 원리가 그렇다. 미국에선 노조로부터 일정 금액 이상의 돈을 받을 경우 이름과 급여 지출의 용처까지 공시해야 한다.

노조의 회계투명성 확보는 더는 미룰 일이 아니다. 노사 협상 때 가장 먼저 회사의 투명회계를 들고 나오는 게 노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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