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지하철 무임승차 논란이 거세다. 최근 1조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그동안 쌓인 누적 적자도 17조원에 달하는 서울지하철의 상황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는 서울시의 요금인상 및 적자 개선 의지가 큰 논란을 불러온 것이다.
서울지하철 적자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절대적인 요금 자체가 원가보다 낮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승객 1인당 수송원가는 1988원 정도다. 1250원인 현행 기본요금으로는 운행할수록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시가 이 같은 만성적인 적자구조 탈피를 위해 꺼낸 카드는 요금인상과 무임승차 대상 축소 또는 정부의 손실보전이다. 우선 기본요금은 8년 만에 300원에서 400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이 사실상 확정됐다. 그래도 1인당 수송원가에는 350원 정도가 모자른다. 65세 이상 노인이 대부분인 무임승차 대상을 폐지·축소하거나 중앙정부가 무임승차 대금을 대신 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 1~8호선의 무임수송에 따른 적자가 2019년 3709억원, 2020년 2643억원, 2021년 2784억원에 달했다고 집계했다. 1조원에 달하는 연간 적자의 25~30%에 해당하는 돈이다.
중앙정부가 이런 무임승차 손실에 대해 전액 또는 일부를 보전해준다면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는 그만큼 줄어든다. 경영 개선에 직접적인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65세 이상 무임승차 폐지’ 또는 ‘무임승차 연령 상향조정’ 주장도 함께 나온다.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으니 차라리 무임승차를 폐지하거나 축소하자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다. 이 같은 주장은 온라인공간을 중심으로 젊은 층에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출퇴근 혼잡한 시간에 무임승차 노인들까지 몰려 지하철이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 되는 현실이 노년층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논리에는 맹점도 있다. 현행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운임을 받는다면 이들의 지하철 이용 빈도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하철은 한 칸에 1명이 타든, 100명이 타든, 500명이 타든 운송원가에는 큰 변화가 없다. 무임승차 축소·폐지로 줄어든 승객 수에 비례해 지하철 운행 횟수를 줄인다면 그 피해와 불편함은 무임승차 폐지를 주장한 젊은 이용객에게 그대로 돌아온다.
적자 해소와 서비스 개선이라는 요금인상 및 무임승차 축소가 오히려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만 늘어나는 서비스질 악화로 이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만 불러올 수 있다. 사람이 덜 타더라도 시민편의와 환경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공기 수송’이라도 하며 달려야 하는 대중교통 수단의 한계다.
현행 지하철의 만성 적자, 손실보전 논란도 더 넓은 시각에서 봐야 하는 이유다. 지나치게 커진 적자는 요금을 일부 올려서라도 줄여야 한다. 하지만 노인복지뿐 아니라 대중교통 편의성 증대에 따른 자가용 운행 절감과 환경오염 완화, 에너지절약, 저렴한 지하철요금의 범용적인 서민복지 효과 등을 생각하면 완전한 ‘이용자 요금 부담 원칙’ 또한 정답은 아니다.
지하철 적자 문제에서 시작된 기본요금 인상 및 무임승차 논란을 ‘나만 아니면 돼’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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