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일하는 방식이 변화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인사·경영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와 더불어 노동시장을 주도하는 세대가 MZ세대로 바뀌고 있는 점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MZ세대는 약 1700만명으로 추산된다. 경제활동인구의 45%가량을 차지하는 숫자다. 아직은 기업이라는 유기체의 발과 허리를 맡고 있지만 앞으로는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현재와 미래 우리 노동시장에 그 어떤 기술적 변화보다 큰 변혁을 이뤄낼 세대가 바로 MZ세대다.
MZ세대가 기존 세대보다 워라밸과 공정 그리고 소통을 중시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경총 조사에 따르면, MZ세대의 기준에서 괜찮은 일자리는 ‘일과 삶의 균형이 맞춰지는 일자리’(66.5%)와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는 일자리’(43.3%)를 의미한다. 반면 ‘정년 보장 등 오래 일할 수 있는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는 14.0%로, 매우 낮았다. 이렇듯 어느새 우리 노동시장의 주축으로 성장한 이들의 일과 보상 그리고 직장에 대한 인식은 기존 세대와 상당히 다르다. 우리가 이들의 가치관에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정착된 연공형 임금체계는 근속기간이 임금 결정의 핵심 요소였다. 물론 연공급이 안정적 인력 수급과 평생직장이라는 당시 패러다임에 부합했고,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평생직장 개념이 희미한 MZ세대에게는 짧은 근속을 빌미로 자신이 하는 일의 가치와 성과에 비해 공정하지 않은 임금을 수용할 유인이 없다. 회사에 오래 다니면 임금이 자동으로 올라간다는 선배의 말은 젊은 세대에게 더 나은 임금 체계를 찾아 직장을 옮기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결국 MZ세대의 보상에 대한 문제의식은 직무가치와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인식, 즉 현행 연공 중심 임금 체계의 비합리성에서 출발한다. 임금 수준의 문제와는 별개로 공정성과 합리성이 담보되지 않은 임금 체계에 대해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금의 결정 기준을 연공이 아닌 일의 가치와 성과 중심으로 개선해야 하는 까닭은 비단 MZ세대를 중심으로 변화된 우리 사회의 임금관 때문만은 아니다. 저성장 시대 기업의 생존과 고용안정, 합리적인 노동시장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지난 12월,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현 연공형 임금 체계는 신규 채용과 중고령자 고용유지, 공정성 측면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개인의 직무·능력과 연계된 새로운 임금 체계로의 개편’ 등을 정부에 권고한 것도 그 때문이다. 경영계 역시 연구회의 현실 인식에 공감한다.
다만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제시한 해법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3년 당시 60세 정년 의무화 입법에 따라 임금 체계 개편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강조됐음에도 지난 10년간 임금 체계 개편은 지지부진했다. 이는 단순히 연구회의 해법처럼 통계 인프라나 컨설팅 지원 부족이 주된 원인은 아니었다. 기존 세대 근로자와 노조가 근속 연수에 따른 임금 체계, 안정적이지만 합리적이지 않은 기존 틀을 놓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임금 체계 개편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007년 일본이 그리하였듯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노사 협의만으로 취업규칙 변경을 인정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시대가 바뀌고 사회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 낡은 제도는 그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그 제도가 합리성이나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면 더 그러하다. 이제는 연공형 임금 체계를 하루빨리 직무·성과 중심 임금 체계로 바꿔야 한다. 이는 연금개혁과 연계된 정년제도 개편 논의의 필수 선행조건이기도 하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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