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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MZ노조, 공정추구 세대답게 새 바람 불어넣길

MZ세대 중심의 노동연대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탄생했다. 지난 4일 협의회 출범을 결의했고 오는 21일 공식 발대식을 연다. LG전자, 서울교통공사 등 8개 회사의 사무직 신생 노동조합이 모였고 소속 노조원이라고 해봐야 기껏 500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기대감은 결코 작지 않다. 노동운동에 새 바람을 일으켜 노동환경 변화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의 출범 자체가 기존 노조의 행태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지역이나 업종 어디 하나 연결될 구석이 없는데도 공동체로 모여 노동연대를 하는 이유다. 이들을 모은 직접적인 계기는 걸핏하면 단위노조의 파업을 노동계 전체의 파업으로 확산하려던 민노총 지도부에 대한 의문 제기였다. 송시영 협의회 부의장(올바른노조 위원장)이 “상급 노조가 뭘 하든, 무슨 말을 하든 우리는 관심이 없으며 상식의 길을 걷겠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노동계를 바꾸겠다는 의지다.

무엇보다 기대감을 높이는 것은 이들이 핵심 가치를 ‘공정과 상생’에 둔다는 점이다. 채용 비리, 고용 세습, 공사판 월례비까지 오늘날 드러난 노동계 불공정은 셀 수도 없다. 불투명한 회계에 대한 불만도 크다. 내가 낸 조합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건 공정세대의 당연한 요구다. 고성장시기에 안정된 일자리를 차지했던 기존 세대와 달리 극심한 경쟁적 환경에서 불평등을 공기처럼 경험하며 성장한 MZ세대에겐 그런 불공정을 그냥 넘기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여기에다 도대체 파업과 시위 때마다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 구호가 난무하는 걸 MZ세대는 이해할 수가 없다.

게다가 오늘날 노동계는 투쟁일변도에 기득권 보호에만 몰두한다. 노동약자를 위한 투쟁이 아니라 밥그릇 지키기 싸움이란 얘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원인 중 하나임은 물론이다. 1980~90년대 중산층 확대의 근간이 됐던 노동운동의 본질은 온데간데없는데 상생을 생각하겠는가.

물론 우려의 시각도 없지 않다. MZ세대에게 공정이란 능력에 따른 보상만을 의미한다는 지적도 틀린 건 아니다. MZ 신생 노조의 출범 대부분이 성과급 배분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이들이 점점 노동계의 주류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점이다. 시간이 지나며 세대는 교체될 수밖에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교육·연금과 함께 3대 개혁과제 중 하나인 노동개혁이 젊은 노조연대의 등장으로 전환점을 맞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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