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을 향해 “더는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마라”며 공개 비판했다. 이진복 대통령 정무수석이 직접 나서 “안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연대를 뜻하는 ‘윤·안 연대’ 표현을 쓴 것은 정말 잘못된 표현이다. 대통령과 (당권) 후보를 동격이라고 하는 건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흔드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최근 참모들에게 “대통령을 당 전당대회에 끌어들여 ‘윤·안 연대’ 운운하는 것은 극히 비상식적 행태이며 도를 넘는 무례의 극치”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나경원 전 의원의 하차로 가라앉는가 싶었던 여당 전당대회의 윤심 논란이 이제 대통령실까지 참전하면서 더 커지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안 의원을 겨냥해 “실체도 없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많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얘기다. 지금 차기 당대표 경선에서 안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는 김기현 후보가 유력 당권주자로 부상한 것은 윤심 마케팅이 결정적이었다. 윤핵관 중에서도 최고 핵관이라는 권성동 의원의 돌연 불출마와 장제원 의원과의 김·장 연대 그리고 (당원100%) 경선규칙 개정을 통해 민심 1위를 달리던 유승민 전 의원을 주저앉히고, 당심에서 선두였던 나 전 의원을 낙마시킨 과정에서 윤심과 대통령실의 암묵적 지원이 있었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때는 가만히 있다가 윤 대통령이 마뜩지 않아 하는 안 의원이 유력 후보로 부상하자 대놓고 ‘안철수 불가론’을 펴는 듯한 공세는 경선의 공정성을 심대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윤·안 연대라는 말에 대통령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에서 윤·안 연대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안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인수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윤심팔이’가 아닌 ‘윤힘’이 되겠다는 후보를 굳이 끌어내릴 이유가 없다. 안 의원은 내년 총선의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경쟁력이 있는 인물이다. 중도층과 청년층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어, 국민의힘 지지층의 외연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젊은 층과 수도권 당원이 크게 확대된 당원 지형에서 대통령실이 특정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습은 되레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

차기 당대표는 궁극적으로 내년 총선을 이길 사람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실은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당대표를 고르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총선은 민심을 얻어야 하는 승부임을 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