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투자 100조원 밀착 지원과 300억달러 이상 외국인 투자 유치를 비롯한 업종별 수출투자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3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서다. 회의 명칭도 아예 비경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로 했다. 그만큼 의지는 강력하다. 수출이 16.6%나 줄고 무역적자가 무려 127억달러에 육박하는 쇼크 수준의 1월 무역 성적표를 받아든 상황이니 당연한 일이다.
내용도 꽤나 알차다. 할 만한 건 다 한다. ‘전 부처의 영업사원화’ ‘현장 산업부’처럼 선전성 구호가 없지 않지만 임시투자세액공제 신설, 인허가 타임아웃제 도입 등 참신한 시도가 다수를 차지한다. 1조4653억원 규모의 시스템 반도체 차세대 유망 분야 기술확보용 예타 진행이나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소부장 기술을 국가전략 기술로 지정해 세액공제를 크게 늘리는 미래지향적 방안도 들어 있다.
물론 이날 발표된 대책 중에는 그동안 계속돼온 각종 위기 진단과 방어·돌파 수단을 구체화한 것도 상당 분량을 차지한다. 묘한 기시감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수출플러스, 야전산업부는 이미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거론된 내용이다. 민간투자 100조원, 300억달러 외투 유치도 그때 보고된 목표들이다. ‘전 부처 영업사원화’도 윤 대통령이 주문한 ‘전 부처 산업부화’의 UAE 성과 자축형 수정판이다.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다행스럽다. 어제 오늘 급조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시작하면 이미 늦다. 따지고 보면 수출위기 징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지됐다. 올해 수출 감소는 기정사실로 굳어졌다. 6년 만에 수출전략회의를 부활시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것도 지난해 11월이다. 그런 조기 대책 덕분에 실행 모드에 빨리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산업부의 장·차관, 실·국장들은 주 1회 이상 현장을 찾아 경제활력을 위한 방안들을 논의한다. 매달 수십건의 현장출동이 이뤄진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성과다. 수출플러스가 빛바랜 구호로 남지 않으려면 실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지금은 국가 주도의 산업전략 시대다. 반도체를 비롯해 국방과 직결되는 품목이 많다. 강대국의 자국우선주의가 팽배해 이제 자유무역은 흘러간 옛노래가 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산업은 일대 전환기다. 디지털, 친환경, 탈중국 등 과제가 산더미다. 기업과 국가가 한몸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올해 한국 경제의 성패 여부는 수출 부양에 달렸다. 국회의 입법 지원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야 이번 수출·투자대책이 경제활력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