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정된 경기침체 상황이지만 날마다 암울한 소식투성이다. 최근 발표되는 상장기업들의 4분기 실적은 참담하다. 27일까지 발표된 27개 기업 중 19개사가 전망치보다 크게 낮은 어닝 쇼크일 정도다. 지난해 벤처투자도 10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줄어들었다. 상장기업들이 이 정도이니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나마 기업 근로자들은 고정수입으로 버틸 수 있지만 경제한파의 고통은 취약계층에 더 크다. 인플레는 차별적 경제고통이다. 물가가 같이 올라도 저소득 취약계층에 더 치명적이다. 버스·지하철요금 인상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에게만 고통이다. 자가용 출퇴근족에겐 남의 일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이자 정당성이다. 한정된 자금을 배분하는 취약계층 보호대책은 적재적소의 핀셋 지원이 돼야 한다. 광범위한 퍼붓기는 안 그래도 적자인 현재의 재정으로는 감당하지 못한다. 게다가 그랬다가는 재정과 물가가 서로 밀어주며 동반 상승하는 나선효과가 생겨날 수도 있다. 기껏 지원해봐야 효과 없는 헛일이 돼버리는 셈이다.
최근 사회적 관심사가 된 난방비는 대표적인 핀셋형 지원대책이다. 추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인 의무다. 취약계층에 지원이 집중돼야 함은 물론이다. 기존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름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 지난 26일 정부는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을 위해 18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 160만가구에 대한 가스요금 감면폭을 배로 늘렸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로 보면 주어진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여전하다. 실제로 감면 대상인데도 지난해 이 혜택을 받지 못한 가구가 40만을 넘는다. 4가구 중 한 곳엔 그림의 떡이었다는 얘기다. 자신이 수혜 대상인지 몰라서 또는 신청을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취약계층이 전기, 가스, 등유, 연탄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에너지바우처(이용권)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4만~5만가구가 혜택을 날려버리고 있다.
핀셋 지원보다 절실한 게 사각지대 해소다. 그건 실행의 문제다. 누락 대상자를 철저히 챙기는 수 밖에 없다.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사회복지기관까지 두루 협력해야 한다. 관할지역에서 혜택 누락자가 발생하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아예 기초생활수급자 등록 시 에너지바우처 신청을 필수로 하는 방법도 있다. 관련법 타령만 할 때가 아니다. 행정 지침으로 개선할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도 규제개혁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